▲ 국내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친환경차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징검다리' 하이브리드차가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사진은 하반기 국내에 출시되는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친환경차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차가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는 가성비를 앞세운 전기차 신차 출시가 예고돼 있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반등할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국내 연료별 승용차 누적판매량에서 전기차는 6만3530대가 팔려 2022년 1~5월보다 12.8%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는 11만9613대로 전년 동기보다 36.7%가 증가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서는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22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모두 판매량이 뒷걸음쳤지만 전기차는 16만4482대로 2021년보다 63.8% 급증했다. 하이브리드차(21만1304대)도 지난해 판매 증가세를 보였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1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 현재 국산 전기차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 8종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1~5월에는 판매되지 않았던 아이오닉6와 코나 일렉트릭이 추가되면서 올해 1~5월 집계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10%대 증가했지만 모델별로 살펴보면 주력 판매모델들은 대부분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오닉6는 올해 1~5월 6288대가 판매됐는데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23대 밖에 팔리지 않았던 1월을 제외하면 4개월 동안 6265대가 팔렸다. 지난해 9월 본격 판매를 시작한 뒤 연말까지 4개월 동안 1만1289대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꺾인 것이다.
또 올해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1~5월 판매량 1위, 2위를 달리고 있는 EV6(9548대)와 아이오닉5(8207대) 역시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각각 7.7%, 39.6% 줄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 수요가 줄고 하이브리드차가 증가한 원인으로 구매 보조금 축소에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5월 1.75%에서 올해 5월 기준 3.5%로 2배로 뛰며 차량 구매 부담이 늘어난 점이 꼽힌다.
한창 신차효과를 봐야할 시기에 판매량이 줄고 있는 아이오닉6는 시작가격이 5200만 원으로 같은 차급인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2천만 원가량 비싸다. 국고 보조금 최대 680만 원과 서울 기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80만 원을 모두 수령해도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시작가격에서 1천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낮은 가격대의 전기차 신차 출시가 예고돼 있어 국내 전기차 판매가 반등할 수도 있다.
기아는 올해 하반기 레이EV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동안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경형 전기차가 다시 나오는 것이다.
앞서 기아는 2012년 국내 최초 민수용 양산 전기차 레이EV를 출시했다. 16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한 구형 레이EV는 91km가 채 안되는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잦은 고장으로 누적 약 2천 대가 판매되는데 그치며 2018년 단종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신형 레이EV가 기존보다 2~3배 이상 늘어난 200~300km의 주행거리를 달성해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KG모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가솔린차 토레스 기반 파생형 전기차 토레스 EVX를 내놓는다. 이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V70 전동화모델을 제외하면 첫 국산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전기차다.
KG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0km대 초반에 그친 반면 토레스 EVX는 420km 이상의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가격은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3천만 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기아는 이달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을 국내에서부터 출시한다. 이에 올해 국내 시판 국산 전기차 모델은 11종으로 늘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12종의 국산 하이브리드차가 판매되고 있는데 판매 모델 수에서는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를 거의 따라잡게 되는 셈이다.
▲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 예상도 전면부 모습. <유튜브 채널 '갓차' 캡처> |
물론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에 판매되는 하이브리드차 선택지도 넓어진다.
기아는 올해 하반기 대형 RV(레저용 차량) 카니발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카니발은 올해 1~5월 누적판매량에서 전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모델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자동차커뮤니티 등에서는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여부가 큰 관심사가 됐다.
이에 하반기 출시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신차가 갖춘 상품성이 국내 친환경차의 주력 차종을 가르는 승부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난 3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전기차 충전요금이 추가 인상될 수 있는 점은 국내 전기차 판매 확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충전요금은 급속충전기(50kW)는 324.4원/kWh, 초급속충전기(100kW 이상)은 347.2원/kWh 등으로 적용되고 있다.
전기차 급속 충전요금은 2020년 6월만 해도 급속충전기 기준 1kWh당 173.8원이었으나 2020년 7월 255.7원, 2021년 7월 292.9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9월 324.4원으로 2년여 동안 2배 가까이 올랐다.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이 종료되고 전기요금이 인상된 영향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전기요금을 1kWh(킬로와트시)당 8원(5.3%) 인상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 충전요금 역시 추가인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지난해 9~10월 한국 포함 글로벌 24개국 2만6천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한국 소비자들의 27%가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기차를 선호한다고 대답한 응답자(17%) 수의 약 1.6배에 이르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하이브리드차 선호도가 높았다.
올해 하반기 국내에 출시되는 다양한 전기차 신차들이 단단한 수요를 등에 업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판매 질주를 넘어서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