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제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2023년 4월23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퍼레이드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 AFP >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7개 선진국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게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지 않은 국가라는 점에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 규모와 전 세계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이 선진국을 평가하는 주된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성소수자 권익과 같은 사회적 문제도 중요하게 인식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18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여러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일본을 향해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소수자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G7에 포함되는 미국과 영국,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캐나다에서 모두 동성혼이 합법화된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 동성 간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들은 일본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특성상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성소수자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볼 때 성소수자를 향한 일본 국민들의 시각이 점차 우호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정부 차원에서 성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만한 상황이 갖춰지고 있다는 의미다.
성소수자 관련 문제는 일본 정치권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최근 이와 관련해 정식으로 사과한 적이 있다.
기시다 총리의 보좌관 가운데 한 명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동성 커플의 이웃으로 거주하고 싶지 않고 쳐다보기만 하는 일도 싫다는 발언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일본 국회는 성소수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도 최근 합의했다.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 정치권이 해외 여론을 의식해 이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소수자 인권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며 국가 차원에서 이런 분야에 신경을 쏟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도 핵심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과거에는 경제 규모와 국제 정치환경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등에 그쳤지만 이제는 사회적 문제 대응까지 확대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예시로 꼽힌다.
일본의 성소수자 인권단체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혼 합법화를 위한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타니구치 마사키 도쿄대 정치학과 교수도 성소수자 인권 문제와 관련해 다른 G7 국가에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기시다 총리에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G7 정상회의 주최국인 일본이 이러한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는 점에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성소수자 권익 보호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 최초의 유색인종 성소수자로 당선된 마크 타카노 민주당 하원의원은 최근 일본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 성소수자 인권보호와 관련된 법제화를 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21년 일본 올림픽 개최 당시에도 일본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 대상에 올랐다며 G7 정상회의는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