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은 유럽 첫 톱3 진입을 바라보고 있는데 1분기 들어 유럽지역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중국 전기차들이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은 유럽 지역 자동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자동차 시장이 자동차 부품난 완화와 전기차 판매 확대에 힘입어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판매 규모를 회복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유럽 지역에서 올해 첫 자동차 판매 '톱3'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며 현대차그룹은 1분기 들어 전기차 판매량이 줄고 있어 올해 유럽 판매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누계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 자동차 판매에서 전체 시장 판매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며 3위 르노그룹과 격차가 벌어졌다.
올 1분기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323만5951대로 2022년 1분기보다 17.5%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28만2193대를 판매해 4.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지난해 연간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9.4%를 차지했던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1분기 8.7%로 뒷걸음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 연간 자동차 판매량에서 2022년 1~11월 사이에 단 한번도 르노그룹에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12월 단 한 달 만에 4만여 대였던 격차를 추월당하며 단 571대 차이, 0.05%포인트 점유율 격차로 3위 자리를 르노그룹에 내준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 르노그룹에 재역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점유율이 후퇴했는데 전기차 판매가 줄어든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1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3만3831대로 1년 전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1분기 7743대, 아이오닉5는 6114대 판매돼 판매량이 각각 18.7%, 31.5% 줄었다. 기아 니로EV도 8758대 팔려 32.4% 줄었고 EV6는 8574대로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팔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간 유럽 전기차 판매 순위 9위에 코나, 10위에 니로를 올렸으나 1분기 판매 10위권에 한 대도 들지 못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경쟁사들은 대부분 1분기 유럽에서 1년 전보다 전기차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유럽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는 1분기 유럽에서 1년 전보다 173% 증가한 7만1683대가 팔려 전기차 최초로 분기 기준 유럽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3위 폭스바겐 ID.3와 4위 ID.4, 5위 르노그룹 다치아 스프링은 판매량이 각각 105%, 52%, 56% 늘었다. 6위 중국 지리그룹 산하 볼보 XC40는 173%, 8위 스텔란티스 푸조208은 48%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 코나와 기아 니로가 차지했던 연간 유럽 전기차 판매 9위와 10위 자리는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가 인수한 영국 MG의 MG4와 르노 메간이 각각 꿰찼다. 특히 최근 유럽 판매를 시작한 MG4는 3월 한 달만에 7722대가 팔려 월간 유럽 전기차 판매량에서 4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판매 상위 10개 모델 가운데 유럽시장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인기 속에서 중형 SUV 모델Y에 판매 간섭을 받아 판매량이 40% 줄어든 중형 세단 테슬라 모델3와 1% 소폭 감소한 스텔란티스 피아트500을 제외하면 '톱10 전기차'의 판매량이 모두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 1분기 유럽 주요 자동차 시장 27개국 판매량 322만806대는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등 자동차 부품 부족 문제가 점차 완화하고 있고, 전기차가 강한 판매 성장세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33% 늘어 전체 자동차 판매 증가율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같은 기간 유럽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3.4%로 역대 1분기 최고치를 새로 썼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 전기차 판매 4위에 올랐는데 톱3 추격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까지 뛰어들어 더욱 치열한 경쟁 상황을 맞게 됐다.
올해 사상 첫 유럽 자동차 판매 톱3 진입을 바라보는 현대차그룹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가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미국 테슬라와 유럽 정통의 강호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판매에서 선도적 위치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무역 갈등으로 미국 전기차 진출을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유럽에서 무서운 기세로 판매를 늘리고 있어 현대차그룹으로선 현지 전기차 판매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볼보와 폴스타를 보유한 지리그룹과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2021년보다 판매량이 각각 122%, 129% 늘어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률(29%)의 4배가 넘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는 글로벌 2위 전기차업체 중국 BYD도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며 중국 전기차의 유럽 공략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BYD는 올해 하반기 중형 전기 세단 돌핀과 소형 전기 해치백 씰을 유럽에 출시한다. 돌핀은 중국 현지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전기차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소형 SUV 아토3와 준대형 세단 한, 중형 SUV 탕 전기차 3종을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에 내놓고 유럽 시장에 발을 들였다. 1분기 판매량은 각각 782대, 115대, 43대를 기록했다. BYD는 최근 영국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판매 국가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어 올해 판매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BYD는 올 들어 미국 포드의 독일 생산공장 인수를 검토하는 등 유럽 현지 공장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지리그룹 아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올해 하반기 전기 세단 지커001과 준중형 전기 SUV 지커X를 유럽에 출시한다.
현대차그룹 역시 올해 3개 차종의 전기차 신차와 완전변경 전기차 1종을 유럽에 출시하는 만큼 신차를 중심으로 중국과 차별화한 전기차 판매 확대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아이오닉6 유럽 고객 인도를 시작한 데 이어 하반기 신형 코나 일렉트릭과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유럽에 내놓는다. 기아도 하반기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을 유럽에 내놓는다.
특히 유럽이 국가별로 단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추세인 가운데 코나 일렉트릭은 보조금을 대부분 받을 수 있어 신차효과를 등에 업고 전기차 판매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나 일렉트릭은 소형차를 선호하는 유럽에서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량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초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격적 유럽 진출이 예상돼 현대차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해서 높이고 차별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보조금 수혜가 가능한 신형 코나 일렉트릭 유럽 출시 뒤 차질 없는 공급을 통해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