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노소 막론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자전거 타는 즐거움에 빠져들면 좋겠다. 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나도 살고 너도 살기 위한’ 대표적 공생 도구로서 도서관, 시, 그리고 자전거를 들었다. <사진 필자 제공> |
[비즈니스포스트] 사방에 벚꽃이 흐드러졌다가 초속 5cm로 흩날렸다. 그에 질세라 동시에 개나리와 진달래도 난리가 났다. 곧이어 조팝나무며 찔레꽃 향기가 진하게 유혹하리라.
이러니 봄날에는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봄바람, 꽃바람이 가슴속에서 요동을 친다. 이 말이 뭔 뜻인고? 바야흐로 자전거 타기 가장 좋은 계절이 왔다는 신호다.
산뜻한 사이클 옷을 차려입고 페달을 힘껏 밟는다. 중랑천에서 시작해 서울숲을 찍고, 하남 미사리를 거쳐 양수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90킬로미터 코스. 내가 가장 애정하는 길이다.
계속 한강을 옆에 끼고 달리는 풍광이 빼어나다. 숨이 가쁠 땐 잠깐 멈춰서 윈드서핑족을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주말이 되면, 온갖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자전거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선수용 사이클부터, 천 원이면 대여 가능한 따릉이가 나란히 달린다. 두꺼운 깍두기 바퀴를 장착한 오토바이 자전거, 앞뒤로 앉아 사이좋게 페달을 돌리는 2인용 텐덤도 부쩍 늘었다.
누운 채 발이 아닌 팔로 페달을 돌리는 이가 보이고, 서커스 하듯 요리조리 외발 자전거를 타는 달인이 지나간다. 자전거 뒤에 아이용 트레일러를 매달고 땀 흘리는 아빠, 전기 배터리의 힘으로 ‘아이유 3단 고개’를 사뿐히 오르는 노부부를 만난다. 똑같은 저지를 입고 한 줄로 길게 꼬리를 문 동호회도 몇 팀씩이나 스쳐간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한 잘 정비된 한강 길은 자전거 전성시대를 열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자전거 인구는 더 급속도로 늘어났다.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안전하게 야외 활동을 즐기는 해방구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이제 코로나도 물러났으니, 맘껏 입을 벌리고 웃으며 라이딩을 즐길 차례다.
자전거를 대단히 사랑하는 라이더로서, 이 열기가 더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 남녀노소 막론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자전거 타는 즐거움에 빠져들면 좋겠다.
본인 건강을 위해서는 물론 에너지를 절약하고 지구 환경까지 보호하는 최고의 이동 수단이 아닌가. 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나도 살고 너도 살기 위한’ 대표적 공생 도구로서 도서관, 시, 그리고 자전거를 들었다.
다만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즐거워야 할 놀이가 삽시간에 불행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자전거 길이 좁은데다 제각각 타는 속도와 숙련도가 다른 탓에,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혼자만 능숙하고 안전하게 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단체 라이딩을 나갔다가, 한 친구가 충돌을 피하려고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뒷사람들까지 줄줄이 쓰러졌다.
경력이 오래된 선수 급이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넘어지고 다친다. 선두에서 팀을 이끌던 베테랑이 뒤를 살피다가, 바퀴가 홀에 걸려 배수로에 빠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아차 하는 순간, 응급실에 실려 갈 만큼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다행히 장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큰 트라우마가 생겼다.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 라이딩을 위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꼭 지켜 주었으면 싶은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자전거를 추월하려면,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왼쪽으로 앞서 나가야 한다. 급작스러운 추월에 놀라지 않도록 미리 ‘지나간다’고 말해 주면 좋다. 천천히 달리고 싶을 땐 이왕이면 살짝 오른쪽으로 붙어서, 뒷사람이 안전하게 추월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둘째, 자전거 길을 달리면서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는 지뢰는 ‘불법 유턴’이다. 초보자거나 노령자, 특히 양옆을 살피기 어려운 어린이들이 자주 저지르곤 한다.
특히 2인용 텐덤은 유턴을 할 경우, 길어서 뒤에 오는 자전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갓길에 자전거를 멈추고 내린 다음, 좌우를 살피고 길을 건너야 안전하다.
셋째, 자전거를 멈출 때는 그 자리에서 급정거하지 말고, 살짝 오른쪽 갓길로 빠진 다음 내려야 한다. 다시 탈 때도, 뒤에서 자전거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다음 사선으로 부드럽게 진입해야 한다. 빠르게 달려오던 자전거는 급작스러운 정지나 출발과 맞닥뜨리면,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부딪힐 위험이 크다.
넷째, 흔히들 트롯 음악을 크게 틀어 놓은 채 달리는 분들더러 민폐라고 한다. 내 입장에서 더 큰 민폐는, 귀를 아예 이어폰으로 틀어막거나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다. “나만 잘 타면 되지 무슨 상관이람” 싶은가? 주의를 딴 데 빼앗긴 사람과 같은 길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간접적인 위협이랄까.
다섯째, 헬멧은 평소 안 써도 될 것 같지만, 넘어지는 순간 나의 가장 소중한 머리를 지켜준다. 전조등과 후미등은 없어도 될 것 같지만, 조금만 어두워져도 꼭 필요한 등댓불 역할을 한다. 멋으로 쓰거나 매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준비물이라는 의미다.
여섯째, 자전거를 탄 사람은 보행자, 유아 및 어린이, 노약자의 동선과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내게는 즐거운 놀이 기구이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마, 자전거와 부딪힌다고 사람이 죽기야 하겠냐고? 죽는다.
작년 겨울에 80대 이모가 산책을 하다가 자전거에 치여 돌아가셨다. 정확한 사인은, 자전거에 치여 쓰러지면서 뇌진탕을 일으키셨다. 본인도 얼른 피하고 싶었겠지만, 노약자들의 몸은 마음먹은 대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당황하면 오히려 반대로 움직일 때도 있다.
차와 마찬가지로 자전거 쪽이 보행자를 보호하며 ‘우선멈춤’을 해야 한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말이다. 나도 재밌고 너도 재밌는 시간이 되려면,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공생의 놀이가 되려면, ‘안전과 배려’부터 자전거에 장착해야 한다.
자, 다들 안전하게 자전거 탈 준비들 되셨습니까? 마녀체력
작가 이영미는 이제 ‘마녀체력’이란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 27년간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살았다. 한국 출판계에서 처음으로 대편집자란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책상에 앉아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지만, 갈수록 몸은 저질체력이 되어 갔다. 죽지 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15년간 트라이애슬론으로 꾸준히 체력을 키워 나갔다. 그 경험담을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주제로 묶어 내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출판 에디터에서 작가로 변신했으며 <마녀체력> <마녀엄마> <걷기의 말들>을 썼다. 유튜브 지식강연 '세바시'를 비롯해 온오프라인에서 대중 강연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