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 2차전지 관련 기업에게 큰 호재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중장기적으로 북미 시장의 경쟁강도 심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부정적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IRA에 따른 세제혜택이 한국 기업과 비교해 열위에 있는 유럽과 일본의 후발주자들에게도 경쟁력 축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한국 2차전지 관련 기업에게 큰 호재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중장기적으로 북미 시장의 경쟁강도 심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부정적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이스신용평가는 11일 ‘미국의 산업정책과 신용위험 :2차전지산업 – 단기적 국내 기업의 IRA 수혜 예상되나, 장기적 북미 경쟁강도 심화 우려’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IRA가 중장기적으로 한국과 중국 이외 기업들에 대한 혜택으로 작용하며 경쟁 강도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IRA 세부지침은 지난해 8월 제정된 IRA 기조가 유지된 채 이행 방안이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2차전지 셀뿐 아니라 전극활물질과 핵심 광물 등 전기차 후방 밸류체인 전반에 대해 미국이나 북미 지역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해당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을 배제하는 점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이 법안에 따라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청정차량 세액공제가 제공되된다. 2차전지 관련 기업은 셀 제조사가 kWh당 35달러, 활물질과 광물은 비용의 10%에 이르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게 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IRA가 단기적으로 중국의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을 배제하게 되면 최우선 대안은 한국”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가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의존도 역시 낮추기 위해 일본, 유럽의 2차전지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2차전지 산업은 기존 자동차부품 산업과 달리 완성차업체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인데 2022년 기준 비중국 글로벌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 한국·중국·일본 5개 회사들의 점유율 합계가 93% 수준으로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2차전지 회사들이 배제되면 미국의 한국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미국이 자국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 강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 의존도를 낮출 것이며 파나소닉을 포함한 일본 회사들과 노스볼트 등 유럽 신규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또 “장기적으로 IRA의 의도대로 미국 제조업 강화와 친환경/안보 측면에서 자국 2차전기 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중국의 2차전지 산업 육성 방식과 유사하게 자국 기업을 향한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2차전지 업체들로서는 미국 투자 부담이 증가된다는 점도 부정적일 수 있다.
특히 생산세액공제란 강력한 인센티브는 선도 기업들보다 비용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발 진입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과 경쟁하는 일본, 유럽 기업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2차전지 선도 기업들은 전기차용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SK온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후발 업체들로서는 한국 기업들과 비교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열위일뿐 아니라 공정 관리 능력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데 미국 정부의 세제혜택을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바라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IRA로 배터리기업들은 수익성이 일부 보전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미국 내 투자 규모와 속도 증가를 유발함에 따라 리스크 또한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각국의 정책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변화하는 상황에 걸맞은 유연한 대처능력과 재무 완충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