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도시정비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후발주자로 나선 리모델링 영역에서도 서울 핵심 주거지역인 용산에 깃발을 꽂으면서 주택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도시정비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10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수주한 서울 용산 이촌우성아파트 리모델링단지에 ‘드파인’ 브랜드를 적용한다. 이로써 SK에코플랜트 드파인 이름을 다는 아파트는 서울 광장동 삼성1차아파트 재건축 단지, 노량진7구역 재개발 단지, 이번 이촌우성아파트 리모델링 단지에 부산 광안2구역 재개발 단지까지 모두 4곳이 된다.
SK에코플랜트는 노량진2구역 재개발 단지 조합과도 드파인 브랜드 적용에 관해 협상하고 있다.
박 사장은 드파인 브랜드로 서울 핵심 주거지역 도시정비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도시정비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우선 서울 광장동 삼성1차아파트는 SK에코플랜트가 처음으로 한강변에 조성하는 단지다.
한국 아파트시장에서 ‘한강변’ 아파트라는 수식어가 독자적 브랜드처럼 사용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소규모 단지이긴 해도 한강변에 드파인 브랜드를 건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분석된다.
노량진2·7구역도 한강을 끼고 강남과 인접한 서울 서남부권 핵심입지에 위치한 곳이다.
더군다나 서울 동작구 노량진과 대방동 일대 73만8천㎡ 부지를 8개 구역으로 나눠 재개발하는 노량진뉴타운은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가 총집결할 예정이다.
노량진4구역은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가 들어서고 5구역은 대우건설의 써밋, 8구역에는 DL이앤씨의 아크로가 걸린다. 3구역도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 내놓은 하이엔드 브랜드 오띠에르를 붙인다.
노량진뉴타운 각 구역 재개발 조합들은 최근 가구 수를 줄이고 대형면적을 늘리거나 커뮤니티시설 확충, 설계변경 등으로 단지 고급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SK에코플랜트 드파인도 뉴타운 다른 단지들과 묶여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힘을 받을 공산이 큰 셈이다.
이번 용산구 이촌우성아파트 리모델링 단지 수주도 드파인 브랜드 전략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SK에코플랜트는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입지적 상징성이 있는 사업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촌우성아파트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399-1번지 일대 243세대 단지다. 수평중축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5층~지상 21층 규모 아파트 2개 동, 272세대 규모로 재조성한다.
용산 이촌동은 강북의 전통적 부촌으로 꼽혀왔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고 대통령실 이전 효과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부터는 부동산시장에서 강남3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다.
실제 용산은 서울 25개구 가운데 집값 하락 폭이 가장 작았다.
KB국민은행 자료 등에 따르면 용산구는 2022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1.1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7.88%, 송파구는 9.96% 떨어졌다.
한강변에 위치한 한남뉴타운은 재개발이 끝나면 강남 아파트보다 비싼 가격을 자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용산은 서울 핵심 주거지역인데 서울에서 리모델링사업을 처음 수주하면서 용산으로 들어갔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용산 사업 포트폴리오는 앞으로 도시정비 수주전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회사 매출의 45%가량을 책임지던 플랜트부문을 분할하면서 환경에너지 신사업뿐 아니라 기존 주택사업 확장도 중대한 경영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박 사장도 주택사업에서 도시정비, 민간도급사업 강화를 목표로 내걸고 리모델링사업 진출부터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에 힘을 실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8월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을 공식 출시했다. 2000년 SK뷰를 내놓은 지 22년 만이다.
SK에코플랜트는 국토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건설사지만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K뷰는 2018년부터 일부 브랜드 조사에서 중견 건설사 우미건설 아파트 브랜드 ‘린’, 두산건설 ‘위브’에도 순위가 밀려왔다.
한국 아파트시장은 도시정비 수주전부터 아파트 분양시장까지 하이엔드 브랜드 선호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시장 경기악화,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사업성이 좋은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드파인은 아직 준공된 단지도 없는 론칭 초기 단계로 브랜드 자체 경쟁력에 관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다만 SK에코플랜트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갖추면서 도시정비시장 수주활동에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도시정비 수주실적에서도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애초 주택사업보다 해외 인프라개발 등 플랜트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2021년만 해도 도시정비 수주실적이 4263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리모델링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드파인을 론칭한 2022년에는 도시정비 수주실적이 1조5천억 원 규모로 뛰면서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보였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도 현재까지 도시정비부문에서 수주실적 7219억 원을 확보했다. 도시정비 수주실적이 포스코이앤씨(1조5467억 원), GS건설(1조1156억 원), 현대건설(8094억 원)에 이어 4위를 보이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