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23년 1분기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이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23년 1분기 실적발표를 하루 앞둔 가운데 15년 만에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악의 반도체 업황 둔화를 맞고서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2000년대 후반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승리했던 일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장기간 반등하지 못하면 삼성전자도 현금흐름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DS(반도체)부문은 적자전환이 확실하고 전체 사업으로 봐도 영업손실을 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면서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1분기 반도체사업에서 3조~4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보는 가운데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포함하는 전체 사업 실적에서 6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낸다면 2008년 4분기 7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약 15년 만에 분기 적자를 보는 것이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터져 글로벌 경제가 완전히 침체됐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최악의 실적 성적표를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영업적자전환할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는 반도체 부진도 있지만 그동안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거두던 디스플레이부문의 영업이익기 1분기 계절적 영향으로 다소 줄었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은 상반기가 비수기, 하반기가 성수기로 분류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서는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지 6개월도 되지 않아 역대급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번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으려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반도체 설비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반도체 생산량도 줄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2023년에도 반도체 설비투자를 202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가고 인위적인 감산도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재용 회장은 오히려 경기도 용인에 300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청사진을 발표하는 등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 경영진 일부가 반도체 감산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이 회장은 “자신 없으세요?”라고 반문하며 감산 제안을 일축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 회장의 이와 같은 결단은 2000년대 후반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반도체 치킨게임(상대방이 망할 때까지 초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 속에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경쟁력을 만들어 냈던 일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높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치킨게임이 벌어진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메모리반도체는 고정비가 높은 산업으로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반도체 한 개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가장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유리하다. 또 기술력이 높을수록 웨이퍼 하나당 만들 수 있는 반도체가 늘어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 규모와 기술력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를 바탕으로 D램 이익률이 경쟁사 대비 5~10%포인트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 불황은 1등 기업의 시장지배력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반도체 불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삼성전자도 현금흐름이 악화돼 경영 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이 –9365억 원으로 나타났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설비투자, 영업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비용으로 사실상 실제로 회사에 남는 금액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벌어들이는 금액보다 투자 등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15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별도기준으로 삼성전자 국내법인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3조9215억 원에 불과하다. 즉 현금흐름이 오랫동안 악화되면 다른 곳에서 자금을 끌어올 필요가 커진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생산이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1분기에도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라며 “보수적인 생산능력 운영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