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 지분을 취득해 반도체 등 전장부품사업에서 본격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전기차 부품사업에서 시너지를 노리고 있는 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를 놓고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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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삼성전자의 비야디 지분확보가 삼성SDI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SDI의 중국사업에 대한 위험성은 해소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중국법인을 통해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의 유상증자에 5천억 원 정도를 들여 참여할 계획을 15일 밝힌 뒤 해외언론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신사업인 전기차 관련사업에서 구글과 애플 등 경쟁사에 우위를 점하려 속도를 내고 있다”며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전장부품사업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전기차배터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3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삼성전기 역시 카메라와 센서, 적층세라믹콘덴서 등 전장부품으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SDI가 중국 정부기관의 배터리 인증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며 중국사업 확대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삼성전자가 이에 대응해 중국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비야디가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시장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SDI도 중국에 우회진출할 길을 마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협력이 삼성전자 외에 전자계열사에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매개로 삼성SDI가 중국에서 사업을 수월하게 활 것이라는 관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중국의 배터리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정부가 중국 배터리업체를 키우기 위해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업체의 진출을 의도적으로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 외교관계가 마찰을 빚을 소지가 나오며 이런 관측은 힘을 얻고 있다.
고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삼성SDI의 중국사업 확대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중국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정책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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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성 삼성SDI 사장(왼쪽)과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
삼성전자는 비야디의 전기차에 반도체와 센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내비게이션 등의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의 경우 반도체기판과 센서, 통신모듈 등 이에 적용되는 주요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전장사업팀과 협력해 자동차용 카메라센서 등 전장부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협력이 계속된다면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역량확대에 따른 후광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비야디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2조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전기차배터리 생산시설과 전기차 완제품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지분율은 4%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의 비야디 협력은 전장부품사업 확대계획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계열사를 통해 전기차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수직계열화한 효과로 시장에서 지배력을 빠르게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