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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한국 반도체 미래가 위험하다, 범국가적 지혜 모아야

조광태 jktclc@gmail.com 2023-03-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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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한국 반도체 미래가 위험하다, 범국가적 지혜 모아야
▲ 세계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단순한 세금 감면이 아니라 정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반도체산업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OpenAI의 ChatGPT 말대답은 재밌다 못해 귀여울 정도다. 완벽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기존의 기술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좀 더 많은 데이터 학습이 이루어지고, 음성데이터, 동영상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지면 그 자체로 AI(인공지능) 로봇이 됨 직하다. 조만간 자아인식 능력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든다. 머릿속에 환타지가 그려진다.

현실은 ChatGPT가 무수히 많은 시스템 반도체 사용분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응용분야가 넓어지고 있고 반도체 시장이 급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AI 시대의 반도체 시장 주인공은 더 이상 CPU나 메모리 쪽이 아니다. 시스템 반도체 쪽으로 바뀌고 있고 그것도 숨이 가쁘게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죽을힘을 다해 시스템 반도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조금만 말을 보태면 우리나라의 미래 생존전략도 시스템 반도체 분야와 얽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음성인식, 화상인식, 자동번역 등 이미 잘 알려진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 등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의 업체들까지 시스템반도체 설계에 나서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이미 만들어진 식빵과 같은 것이라면 시스템 반도체는 이제 각자의 취향에 맞게 요리된 빵이라 할 수 있다. 날로 다양해지는 AI 분야에서 시장이 어느 쪽으로 가게 될지 오래 생각해볼 필요조차 없다.

엔비디아(NVIDIA)의 급성장은 이러한 흐름의 반영이다. 엔비디아의 주력 생산품인 GPU는 당초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에 주로 사용되던 것으로서 CPU의 보조적 기능 정도를 하는 반도체 정도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GPU의 병렬방식 데이터 처리가 CPU의 그것보다 AI 데이터 처리에 효율적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GPU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GPU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하는 앤비디아의 매출액은 지난 2016년 60억 달러 정도였으나 2022년에는 270억 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시장조사 및 컨설팅 전문회사인 가트너는 올해나 내년 GPU 시장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후 다음 단계의 반도체인 ASIC과 뉴로모픽 반도체가 빠르게 GPU 시장을 대체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반도체 시장조사 기업인 옴디아도 오는 2025년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규모가 477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규모 예상치인 2205달러보다 두 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반도체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의 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주요 생산국가들이 기업차원이 아닌 국가주도 차원에서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나라는 미국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투자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방식으로 520억 달러 투자지원 법안에 서명하자마자 하원의장 펠로시가 TSMC의 마크 리우 회장을 만났다. 무슨 얘기가 오갔을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애리조나 주에 대만의 TSMC, 택사스 주에 한국의 삼성전자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 7나노급 공정에서 파운드리를 포기했던 인텔이 애리조나에 2나노급 제조공정을 목표로 공장설립에 나서자 미국 정부가 대폭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반도체 산업을 자국의 국가안보 전략과도 연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유일의 EUV 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로 하여금 중국에 장비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둔 상태다. 반도체가 단순히 시장경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해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미국, 캐나다, 맥시코 3국이 반도체 생산기지를 아시아에서 북미로 옮겨오겠다는 구상을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의 기술력, 멕시코의 노동력 등을 활용하고 여기에 일본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술, 대만의 제조능력을 결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얘기는 없다. 

일본은 구마모토에 TSMC 공장을 유치하면서 최대 4760억 엔을 지원하는데 이는 공장건설에 투입되는 약 1조1천억 엔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최근에는 TSMC가 그간 부인해오던 제2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일본은 TSMC를 이용해 기존의 40나노급 생산국에서 10나노급 생산국으로 빠른 도약을 기획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 해 일본의 8개 기업이 래피더스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기업의 목표는 2027년까지 2나노급 공정의 반도체를 양산하는 것이다. 기존의 반도체 업체들 외에 도요타자동차, 소프트뱅크, 미쓰비시UFJ등과 같은 기업들이 합류함으로써 반도체 전후방 산업이 동시참여하는 총력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사랑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기업 TSMC의 보유국으로서 대만 정부는 반도체를 자국의 생존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다.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무기가 아니라 반도체’라고 스스로 언급할 정도다. 

차세대 메모리인 자기저항메모리(MRAM) 개발지원, 정부 주도하의 안정적 전력공급망 구축, 과학단지 건립, 반도체 공장 건설 지원,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66% 가량이 반도체 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사활을 건 국가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말 이른바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폭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올해 다시 개정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 특혜론을 들어 야당이 반발하고 있는 만큼 쉽게 법안통과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K-칩스법이 주로 세액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안타깝다. 몇 가지 부수적 법안이 있다지만 구색 갖추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의 TSMC와 한국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5%대와 17%대를 오가고 있다. 최후에는 승자독식이 될 것이라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두 기업 모두 거침없는 투자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현재로서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

먼저 TSMC와의 수율경쟁에서 뒤지고 있다. 양사의 반도체 수율은 정확한 판단이 어렵지만 심하게는 TSMC가 최소 60% 이상인 반면 삼성전자는 30%대에 머물고 있다는 주장들도 일각에서 나온다.

3나노급 공정에서 삼성전자는 기존의 핀펫(FinFET) 공정보다 한 단계 앞선 GAA(Gate-All-Around)  공정으로 TSMC에 맞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술면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에 앞서 있지만, TSMC는 3나노 공정까지는 자신들이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고 있는 핀펫 공정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GAA의 신기술로 높은 수율까지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이 되고 있다.

생산장비 측면에서도 불리한 입장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 노광장비인 EUV는 현재 TSMC가 삼성전자보다 두 배 가량의 대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유일의 제조업체인 ASML은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보다 TSMC에 더 많은 물량을 할당했다.

고객과의 관계도 문제다. TSMC가 ‘자신들의 고객과는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표방하고 있는 데는 다분히 삼성전자를 겨냥하고 있는 바가 크다. 팹리스(Fabless) 기업들로서는 자신의 설계를 경쟁제품을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에 넘기기가 쉽지 않다.

주변 산업과 공생하기 위한 반도체 생태계가 대만에 비해 지나치게 열세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디자인하우스, 펩리스, 후공정 등 어느 것 하나 대만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팹리스의 경우 세계 10대 기업에 미국과 대만이 각각 6개와 4개씩이지만 국내 1위 기업인 LX세미콘은 여기에 끼지 못하고 있다.

대만 팹리스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 안팎을 오가는 반면 우리나라는 1%대 정도다. 대만에는 크고 작은 팹리스 기업들이 지천에 깔려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고작 100여개 정도가 있을 뿐이다.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이의 교량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의 경우 대만 1위 기업인 대만글로벌 유니칩이 국내 1위 기업인 에이디 테크놀로지보다 두 배 가까운 매출우위를 점하고 있고 후공정(OSAT) 역시 대만기업인 ASE가 세계 시장에서 절대적 선두기업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TSMC라는 거대기업을 중심으로 주변에 잘 포진된 관련기업들이 유기적 생태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대만과는 달리 우리는 삼성전자가 대부분의 모든 일을 맡아서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투자는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고 여기에 세액공제와 같은 정책적 지원은 크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삼성전자가 TSMC와 경쟁에서 이겨내자면 고객으로부터의 신뢰는 절대적 요소다. 제대로 경쟁하려면 언젠가 파운드리 사업의 기업독립은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법률적, 제도적 보조가 필요하다. 한국의 법제상 독립한 파운드리가 고객 기업의 설계를 유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팹리스 고객들이 확신할 수 있다면, TSMC와의 경쟁은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수많은 소부장 기업들과 함께하는 산업이다. 소재나 부품을 개발하면 이를 테스트하기 위한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허다하다. 고가의 장비를 공유하는 방식 등과 같은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디자인 하우스나 국내외 펩리스 기업들을 위해 특별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법도 있다. 돈벌이에 국경이 있을리 없다. 국내 기업만으로 부족하다면 신흥 팹리스 성장국가, 혹은 경쟁국가의 기업들까지 국내에 끌어들이는 적극적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다.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다. 머리를 짜내서 생각해보면 정부가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지원을 아낄 이유도 없다.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분명해진다.

경쟁국들이 합종연횡을 해가면서 자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동안 우리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별다른 외교적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뒤늦게 나온 지원책은 고작 세금 ‘깎아주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마저 옥신각신 시간만 끌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답답한 마음을 피해갈 도리가 없다. 조광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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