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가 2026년 3월12일 경기 성남시 판교R&D센터에서 열린 '2026 엔씨 경영 전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25년 흑자 전환에 성공
엔씨는 기대작 ‘아이온2’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힘입어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엔씨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069억 원, 영업이익은 16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 감소했으나 영업손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은 3474억 원으로, 엔씨타워1 매각 대금이 반영되면서 전년 대비 269% 급증했다.
실적 반등의 핵심 동력은 2025년 4분기에 출시된 ‘아이온2’였다. 아이온2는 출시 직후 4분기에만 941억 원의 영업 매출을 올리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다만 회계상 매출 일부가 이연되면서 당해 분기 인식된 매출은 7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엔씨는 2024년 구조조정 비용과 신작 마케팅비 등 일회성 비용이 집중되면서 매출 1조5781억 원, 영업손실 1092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1998년 이후 26년 만의 적자 전환이었다.
이어진 2026년 1분기에는 매출 5574억 원, 영업이익 1133억 원을 거두며 성장세를 본격화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7%, 영업이익은 2070% 폭증했다.
아이온2의 매출이 1분기에 온전히 반영된 데다, 1분기 중 새롭게 선보인 ‘리니지 클래식’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이 지속된다면 박병무가 공언한 연간 실적 목표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관측된다.
엔씨는 2025년 5월 진행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2026년 매출을 최소 2조 원, 최대 2조5천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상장사가 실적발표에서 향후 실적 가이던스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 일은 드물다. 박병무 자신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하반기까지 신작 부재로 실적이 부진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자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병무는 2025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이 턴어라운드의 해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고성장의 해”라며 “기존에 제시한 연간 매출 가이던스 중 상단인 2조5천억 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신규 IP 개발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써
박병무는 엔씨가 고수해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박병무는 2026년 3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R&D센터에서 열린 경영전략 간담회에서 ‘모바일 캐주얼’을 전면에 내세운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박병무는 “지금까지의 엔씨소프트는 MMORPG 의존도가 높고, 특정 대작의 흥행 여부에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였다”며 “앞으로는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게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엔씨는 이날 2030년 총매출 5조 원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공개했으며, 이 중 캐주얼 게임 매출 목표만 1조75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박병무는 “국내 업체들은 모바일 캐주얼 게임 장르를 다소 등한시해왔지만, 글로벌 대형 게임 스튜디오들은 이미 캐주얼 게임 섹터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회사의 데이터 분석 능력과 라이브 운영 역량에 실제 실행 경험을 갖춘 인재가 결합되면 모바일 캐주얼 게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는 2025년 말부터 캐주얼 게임 부문을 회사의 새로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체질 개선을 본격화했다.
엔씨는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신설하는 한편 베트남의 ‘리후후’, 한국의 ‘스프링컴즈’, 슬로베니아의 ‘무빙아이’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이에 더해 독일의 모바일 게임 플랫폼 ‘저스트플레이’의 인수까지 결정하며 기반을 다졌다.
△엔씨로 사명 변경
엔씨소프트는 2026년 3월26일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엔씨로 바꾸는 안을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주식회사 ‘엔씨소프트’를 ‘엔씨’로 변경하고, 영문 표기도 ‘NCSOFT’에서 ‘NC’로 바꾼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회사 등 사명을 ‘NC’라는 브랜드로 통일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번 사명 변경으로 2020년 시작한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절차상 마무리했다.
엔씨는 앞서 2020년 CI(기업이미지) 개편 당시 이미 로고에서 ‘소프트’를 제거한 바 있다.
김택진은 이번에 1997년 창업 당시 지은 이름을 29년 만에 변경했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초기 오피스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출발했다. IT벤처 붐이 한창이던 당시 ‘소프트웨어’는 기술력과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사명에는 ‘Next Company(미래를 이끄는 회사)’라는
김택진의 철학이 담겼다.
이후 ‘Next Cinema(영화를 뛰어넘는 게임을 만들자)’, ‘Never-ending Challenge(끊임없이 변화하는 회사)’ 등으로 의미를 확장하며 ‘다음 세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표방해왔다.
사명 교체가 최근 그룹의 정체성 변화를 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AI) 등으로 외연을 넓히며 그룹 정체성을 ‘엔씨(NC)’라는 단일 브랜드로 통합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조직개편과 경영효율화
박병무는 회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주요 조직 개편과 경영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었다.
2024년 3월20일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공동대표 체제 도입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며 “엔씨소프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업가로서의 경험이 풍부한 박 대표와 함께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정은 리니지 IP 시리즈의 매출 둔화와 신작 흥행 실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려졌다. 변화가 필요하단 안팎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불가피했던 행보로 여겨졌다.
본사 인력이 5천 명 수준으로 고정비용이 높은 만큼 인원을 감축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2023년 말부터 2024년까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며, 2024년 10월에는 개발 조직 개편을 발표해 본사의 개발팀 다수를 독립 법인으로 분리했다.
2025년 2월1일부로 3개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퍼스트스파크 게임즈, 빅파이어 게임즈, 루디우스 게임즈)와 AI 기술 전문기업 엔씨 에이아이(NC AI) 등 총 4개의 비상장 법인이 출범했다.
이에 엔씨 본사 인력은 2025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1분기 인건비 역시 8% 줄어들었다. 실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임직원 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2023년 말 5030명에 육박했던 고용 규모가 2025년 말 기준 3269명으로 크게 축소됐다.
박병무는 인건비 외에도 영업비용의 큰 축을 차지하는 플랫폼 수수료 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결제 시스템인 ‘퍼플 페이’를 도입하며 외부 앱 마켓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구사했다. 엔씨는 2025년 11월 출시된 핵심 신작 ‘아이온2’에 퍼플 페이를 우선 적용 후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기존 주력 타이틀에도 순차적으로 적용을 완료했다.
이 같은 자체 결제 전환 노력은 수수료율의 구조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작 ‘아이온2’의 경우 출시 직후 PC 결제 비중이 90% 이상을 기록하며 수수료 절감에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엔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연간 영업비용에서 지급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5.6% 수준이었으나, 2026년 1분기에는 22.8%까지 감소했다. 금액상으로도 2024년 4104억 원을 지불했던 수수료를 3809억 원까지 줄였다.
| ▲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왼쪽)가 2025년 11월13일 부산 벡스코(BEXCO) 제1전시장에서 개최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5' 개막식에 참석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새 장르 시도, 배급 사업 확대, 인수합병은 늘 주시
엔씨는 새 수익원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새 장르에 대한 시도였다.
엔씨는 2024년 6월 난투 액션 장르인 ‘배틀크러쉬’를 얼리엑세스로 공개한 뒤 8월 수집형 RPG ‘호연’, 12월 방치형 게임 ‘저니 오브 모나크’를 잇달아 출시했다.
MMORPG 시장의 성장 정체 속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규 장르에 대한 이해도 부족 등으로 초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씨는 게임 배급(퍼블리싱) 사업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존의 자체 개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국내외 게임사들과 배급 계약을 체결하며 외부 개발사의 게임을 배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엔씨는 2024년 신규 IP 투자 및 퍼블리싱 계약에 약 600억~700억 원을 투입했으며, 주로 서브컬처와 슈팅 게임 장르에 집중했다.
박병무는 당시 “계속해서 매년 유사한 규모의 신규 IP 투자와 퍼블리싱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엔씨소프트가 안 하는 장르와 플랫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퍼블리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퍼블리싱 전략의 일환으로 엔씨소프트는 2024년 7월 스웨덴 슈팅 게임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와 8월 국내 서브컬처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어 12월에는 국내 개발사 ‘미스틸게임즈’, 폴란드 소재 개발사 ‘버추얼 알케미’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퍼블리싱 판권을 확보했다.
개발 역량 내재화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지속적으로 타진했다.
박병무는 “2024년부터 상당한 금액의 투자가 필요한 해외, 국내기업과 M&A 협상을 했지만 아직까지 가격차이가 있어 가시적 성과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 올라
박병무 2024년 3월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3월 창업 이래
김택진 단독 대표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2024년 처음으로
김택진 박병무 공동대표체제로 전환됐다.
박병무는 인수합병을 통해 엔씨소프트가 이른바 내수형 게임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업계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한 곳으로 손꼽힌다. 2023년 12월 기준 37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2조3천억 원의 유동성 자산을 보유 중이었다. 회사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엔씨소프트는 박병무의 공동대표를 선임하고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컴퍼니 빌딩’ 전략을 맡겼다.
박병무는 동양생명, BC카드, 아이리버, 버거킹, 바디프랜드 등 다양한 기업의 경영권 인수합명(M&A)를 성공시키며 국내 사모펀드업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꼽힌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2007년 3월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다 2013년에는 엔씨소프트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2015년 넥슨의 적대적 인수 위협에 맞서 넷마블을 ‘백기사’로 참여시키며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지켜내
김택진의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주와 대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개인적 인연도 있다.
△변호사에서 경영인으로 변신
박병무는 검사를 꿈꾸기도 했으나 1985년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한 뒤 돌연 검사 대신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 경험을 한 인연으로 당시에는 초창기였던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법조인 경력을 시작했다. 회사의 도움으로 미국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김앤장에 돌아온 뒤 기업의 인수합병을 담당하며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재계의 숱한 영입제안을 거절했지만 김형순 로커스홀딩스(현 플래너스) 대표이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로커스홀딩스에서 싸이더스를 비롯해 시네마서비스, 넷마블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로커스홀딩스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로커스홀딩스는 사명을 플래너스로 바꾼 뒤 2004년 CJ그룹에 합류했다.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의 한국법인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대표이사가 돼 하나로텔레콤 경영권을 확보했다. 2006년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를 맡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경영을 정상화한 뒤 2007년 SK그룹에 매각했다.
2008년 잠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복귀했으나 2010년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대표이사로 다시 경영일선에 나섰다. 이 곳에서 동양생명, BC카드, 아이리버, 버거킹, 바디프랜드 등 17개 기업의 인수합병을 성공시켰다.
△엔씨소프트가 걸어온 길
1997년 3월
김택진이 현대전자를 나와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1998년 9월 국내 최초의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리니지’를 론칭 서비스하면서 게임업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리니지는 출시되자마자 MMORPG 시장을 이끌었고 국내 PC온라인게임의 최고봉으로 올라섰다. 대만에도 진출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00년 7월 리니지의 성공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2003년에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같은해 리니지의 후속작인 ‘리니지2’를 출시했다. ‘리니지2’는 2D인 리니지와 달리 3D로 만들어졌고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했다.
2008년 11월 또다른 PC온라인게임 ‘아이온’을 내놓아 흥행에 성공했다.
2012년 6월 퓨전판타지 MMORPG ‘블레이드앤소울’을 출시해 인기몰이뿐 아니라 그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까지 받았다.
이후 모바일로 플랫폼을 확장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2017), ‘리니지2M’(2019), ‘리니지W’(2021) 등 자사 대표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에서도 연속 흥행에 성공하며 매출 성장을 다시 한번 이끌었다.
특히 ‘리니지M’은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장기 집권하면서 2026년까지도 매출순위 최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