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2-17 16: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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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3월 주주총회에서 교수 중심의 KB금융지주 이사회 구조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나온다.
다만 이번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3번째 임기 마지막 사외이사 선임이고 주총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KB금융이 신임 사외이사 선임을 최소화하며 안정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KB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 가운데 6명의 임기가 이번 3월 끝이 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사 모습.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신한, KB,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다.
KB금융은 전체 사외이사 7명 가운데 4명이 교수 출신이다. 4대 금융지주 중 교수 출신 사외이사가 절반을 넘는 곳은 KB가 유일하다. 교수 출신이 가장 적은 우리금융지주(7명 중 1명)와 비교하면 4배가량 많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를 다수 두고 있다는 것은 KB금융이 그만큼 이사회의 안정성을 중시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금융인, 기업인, 법조인, 고위공무원 출신 등 다른 분야의 사외이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현장 경험이 적은 만큼 이사회에서 안정적 목소리를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지난해 디지털 및 IT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를 영입하며 학계 출신으로 채웠다.
더군다나 KB금융은 교수 출신 사외이사 4명 가운데 최재홍 이사를 뺀 3명이 경영대학 및 경영학부 교수로 전공분야가 겹친다.
KB금융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경영학과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선우석호, 김경호, 오규택 사외이사는 모두 경영학분야인 재무, 회계, 소비자보호 등에 역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돼 있다.
다른 금융지주가 경영대학은 물론 법과대학, 국제대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 출신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KB금융은 이번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 7명 가운데 6명의 임기가 끝나 상황에 따라 이사진에 큰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지난해 3월 2년 임기로 새로 선임된 최재홍 이사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우선 2018년 3월부터 KB금융 사외이사를 맡아 온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이사는 이번 3월 교체가 예상된다.
KB금융은 정관을 통해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 특정인물이 사외이사를 연속해 5년 이상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출신인 선우석호 이사, 씨티은행 출신으로 금감원 등을 거친 최명희 이사, 검사 출신 법조인 정구환 이사 등은 2018년 3월 KB금융 사외이사에 올라 3월이면 5년을 꽉 채우게 된다.
특히 선우석호 이사는 현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향후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도 관심사다.
선우석호 이사는 2018년 3월 선임 당시 문재인정권과 인연이 있는 인사로 평가되기도 했다.
선우석호 이사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끈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경기고등학교 선배로 과거 장하성 전 실장, 최흥식 전 원장과 함께 논문을 집필한 인연이 있다.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지낸 김경호 이사는 2019년 3월부터 KB금융 사외이사를 맡아 아직 5년이 되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재직 기간이 긴 만큼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IBK기업은행장 출신인 권선주 이사는 2020년 3월부터,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인 오규택 이사는 2021년 3월부터 KB금융 사외이사를 맡아 재직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하지만 이들 역시 지배구조 강화를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는 만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 KB금융지주 이사진. < KB금융지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다만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KB금융의 물리적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KB금융은 현재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된 2022년 지배구조 보고서를 보면 KB금융은 2021년 3월 주총에서 새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2021년 1월8일과 2월25일 2차례 회의를 열고 추천 후보를 확정했다.
사외이사를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표면 위로 올라온 것이 비교적 최근인 만큼 과거 사례만 놓고 본다면 KB금융이 기존 교체를 준비하고 있던 인사 외에 추가로 새 인물을 선임하기에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할 수 있는 셈이다.
윤종규 회장이 올해 11월 3번째 임기가 끝나 KB금융을 떠날 수 있다는 점도 KB금융이 이번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안정적 선택을 할 가능성을 높인다.
KB금융이 3월 예상보다 크게 사외이사진을 바꾼 뒤 11월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한다면 아무래도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다음 회장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연임을 결정하는 점도 사외이사진 변화를 최소화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연임을 희망한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이사 전원의 동료투표를 통해 연임을 결정한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명희 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 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4명 모두 3월 임기가 끝난다.
KB금융은 이번 3월 주총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될지도 관심사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금융 노협)은 매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을 강화를 이유로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공식 추천했다.
시장에서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실제 이사회에 합류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주주 동의를 이끌어낸다면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충분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 노협 관계자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은 KB금융의 해외사업부문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령에 따른 합리적 주주제안이 노동자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악의적 프레임에 갇혀 무산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
금융당국이 4대 금융지주 이사회 제도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가 금융지주 지배구조 이슈의 핵심이라고 보고 대대적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3월 주총 인사시즌을 맞아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짚어보고 4대 금융지주 별로 사외이사진 현황과 이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