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유상증자를 어느 정도 규모로 추진할 수 있을까?
삼성중공업이 최근 해양플랜트 인도시점 연기와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유상증자로 애초 시장의 예상보다 더욱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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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의지도 유상증자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회계법인 삼정KPMG에 의뢰해 진행한 경영진단 결과가 늦어도 13일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과 산업은행은 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유상증자 규모가 포함된 추가 자구계획 규모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관련 정관도 고치기로 한 만큼 경영진단 결과에 유상증자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애초 6월 초에 산업은행에 1조5천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며 상황이 악화되는데 대비해 유상증자로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담아놓았다.
삼성중공업은 자구안을 제출할 때만 해도 유상증자를 시급히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구안이 확정된 지 두달이 되지 않아 삼성중공업의 상황은 자구안을 제출했을 때보다 더욱 악화됐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27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인 익시스 해양가스생산설비(CPF) 인도시점을 9월에서 연말로 연기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간간이 형식적인 수준의 수주라도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수주실적도 전무하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드릴쉽 6척의 인도 지연 탓에 올해 1조 원의 현금흐름 차질이 생겼다”며 “1분기 부채비율은 254%지만 유동성이 급한 상태라 유상증자 필요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유상증자 추진이 가능하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정관에 발행주식을 2억4천만 주로 정해놨다. 하지만 이미 2억3100만 주가 발행돼 8월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발행주식수를 늘리기로 했다.
업계는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로 1조 원 내외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삼성중공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욱 큰 규모의 자금조달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사장도 “수주물량의 계약취소와 인도지연 등으로 올해 추가로 필요한 자금이 약 4조 원”이라며 “1조 원은 자산매각과 사내유보금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나머지 3조 원은 추가 여신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3월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887억 원인데 비해 내년 3월까지 갚아야할 단기차입금은 2조9442억 원에 이른다. 보유한 돈보다 갚아야할 돈이 2조 원 가까이 많다.
다만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이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삼성중공업 지분 17.62%를 소유한 삼성전자의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최근 ‘조선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한 뒤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는 삼성전자가 나름대로 이사회에서 (안건을) 통과시켜야 정해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의 운전자금 마련 등을 고려하면 최소 2조 원 이상의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최대 4229억 원에 이르는 규모의 자금을 삼성중공업에 지원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