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가 아주캐피탈 인수에 뛰어들었다. 아폴로는 세계 5대 사모펀드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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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온 블랙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 회장 |
아폴로가 아주캐피탈 인수에 성공하면 한국기업을 처음으로 인수하게 된다. 아폴로의 아주캐피탈 인수전 참여는 레온 블랙 아폴로 회장이 얼마 전까지 “신흥국 리스크가 크다”고 발언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여서 주목된다.
아폴로가 아주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아주캐피탈은 일본계 금융지주사 제이트러스트가 6천억 원 안팎의 높은 인수가를 제시해 인수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아폴로도 그 비슷한 인수가를 제시해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이런 경쟁에 따라 아주캐피탈은 더 높은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폴로는 블랙스톤, 칼라일, TPG,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이어 세계 5위 규모의 사모펀드다. 아폴로의 사모펀드 투자규모는 480억 달러다. 사모펀드 외에도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부동산 등을 모두 포함해 아폴로는 1593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아폴로가 아주캐피탈 인수에 참여한 것은 뜻밖으로 업계에 받아들여진다. 레온 블랙 아폴로 회장이 얼마 전 신흥국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블랙 회장은 지난 5월 한 컨퍼런스에서 “사모펀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싸게 인수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신흥국은 사모펀드에 좋은 투자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신흥국에서 사모펀드는 자산을 비싸게 팔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며 “선진국과 신흥국 수익률이 같다면 리스크가 있는 신흥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블랙 회장의 이런 말과 달리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풍부해진 투자자금이 신흥국으로 향하는 추세는 여전하다. 지난 주까지 외국인 투자자금의 아시아 7개국(한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주식 순매수액은 316억9천만 달러로 지난해 순매수액 261억3천만 달러를 50억 달러나 넘어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폴로는 아주캐피탈의 기업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보고 인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아주캐피탈은 자산규모 6조2419억 원으로 캐피탈업계 점유율 2위를 차지한다.
아주캐피탈은 지난해 매출 7921억 원에 영업이익 279억 원을 기록한 알짜 매물로 꼽힌다. 시가총액은 4200억 원이다. 아주캐피탈 매각지분은 아주산업 등이 보유한 지분 74%다.
아주캐피탈 매각에 나선 아주그룹은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매각가에 잔뜩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처음 매각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3천억 원대의 매각가를 예상했으나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
인수전이 경쟁구도로 흘러가면서 아주그룹과 매각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입찰기한 없이 후보자들과 개별접촉을 통해 가격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아주캐피탈 매각가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