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형건설사들이 연초부터 도시정비사업 마수걸이에 성공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공사비가 오르며 조합과 건설사 사이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관리하는 게 중요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매출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서도 위험 관리를 통해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 대형건설사들이 연초부터 도시정비 마수걸이에 성공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다만 조합과 공사비 갈등이 예고돼 있어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10대 건설사 주택 브랜드. |
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서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가 도시정비사업 첫 수주를 따냈고 GS건설도 곧 수주에 물꼬를 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일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DL이앤씨가 도시정비사업 첫 마수걸이를 해냈다.
현대건설은 공사비 3423억 원 규모의 경기 일산 강선마을 14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따냈고 포스코건설은 서울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공사비 3746억 원)에 첫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하며 수주했다.
DL이앤씨는 3151억 원 규모의 서울 강북5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을 확보했다. GS건설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재건축사업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도시정비사업 추진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사업 추진의 대못으로 꼽히는 구조안정성 점수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췄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 점수도 30~55점에서 45~55점 이하로 조정했다.
또한 정부가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을 제외한 서울의 규제지역을 해제했고 전매제한기간 완화, 실거무 의무 폐지를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분양을 미뤄왔던 조합도 분양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졌다.
도시정비사업은 건설사들의 핵심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얼어붙었던 분양시장에 온기가 감돌기 시작한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2010~2013년 주택경기가 침체됐을 때 수주했던 도시정비사업들이 결국 건설사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다”며 “부동산 경기가 어렵다고 손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사들이 건설자재값, 노무비 등 상승 등을 이유로 들어 조합에 공사비 인상 요구를 하고 있어 조합과 갈등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GS건설은 서울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에 설계변경과 금융비용 등을 내세워 4700억 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공사비는 9300억 원으로 인상분이 받아들여진다면 전체 공사비는 1조4천억 원으로 대폭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조합은 2천억 원 수준 증액을 예상하고 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삼성물산은 신반포3차·경남재건축 조합에 1400억 원 규모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는데 대응이 없자 사업비 인출을 막겠다고 통보했다.
건설사들의 공사비 증액요구에 조합들이 지역단위로 결집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경기 안양시 조합들은 재개발·재건축 연합회를 통해 건설사들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조합은 조합원 무상제공품목을 축소하는 등 다양한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이다.
현대건설은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에 3.3㎡당 공사비를 기존 430만 원에서 528만 원으로 올릴 것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조합은 무상제공 받기로 했던 김치냉장고와 전기오븐 등 가전제품을 포기하기로 하며 협상에 돌입했다.
결국 조합은 수 차례 현대건설과 협상 끝에 3.3㎡당 공사비를 528만 원에서 517만 원으로 합의를 보고 착공신고를 했다.
조합의 이런 모습은 건설사들이 조합과 공사비 협상에 관련해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철저하게 사업성을 따지며 수주에 나서면서 조합이 시공사를 찾는게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또한 2020~2021년에는 공사비 갈등에 시공사를 해지했던 일이 빈번했지만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2022년부터 분양이 축소된 영향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 매출 감소가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대형건설사들이 수주한 사업을 순조롭게 실적으로 연결해 예고된 매출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합과 갈등을 원만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2022년 도시정비사업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수주를 쌓아왔는데 착공 전까지 공사비 협상을 마무리 하지 못한다면 분양이 밀려 수주를 매출화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현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공사비 갈등 등으로 분양일정이 수차례 밀렸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은 설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연면적이 늘어나는 등 원가가 늘어나는 요인이 있다”며 “물가상승분을 반영한다는 계약을 맺지만 이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원가부담이 있을 때 조합과 공사비 협상에 나서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 측도 공사비 인상과 관련해 건설사들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조합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