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공 물질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주변 환경을 인지하면서 성장하는 시스템이 국내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4일 김호영 기계공학부 교수, 선정윤 재료공학부 교수와 하종현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 박근환 가천대 기계·스마트·산업공학부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이 버섯의 성장을 모사하는 인공물질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서울대학교는 4일 공동연구팀이 버섯의 성장을 모사하는 인공물질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박찬진 서울대 연구원(왼쪽)과 박근환 가천대 교수. <서울대학교> |
공동연구팀은 기존 인공물질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시스템은 모두 카메라 등을 이용해 주변 환경의 인지 이후 컴퓨터로 계산된 동작을 하는 반면 새로 개발된 물질 시스템은 구조적 특성상 인지 및 연산 과정 없이도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식물과 버섯 같은 곰팡이가 빛과 영양분을 이용해 성장하는 방식에 영감을 받아 인공 물질 시스템을 개발했다. 생물이 외부 자극을 감지하면서 성장 방향을 바꾸는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식물들은 빛의 방향을 인지해 빛을 향해 성장하고 버섯을 만드는 곰팡이는 영양분이 많은 곳을 탐지해 양분이 풍부한 쪽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식물에서 관찰되는 화분관이나 뿌리털 등의 균사는 성장이 모두 끝부분에서만 일어나는데 그러려면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연구팀은 ‘비용매 유도 상분리 현상(Non-solvent Induced Phase Separation, NIPS)’ 원리를 활용해 인공물질 세포의 끝 부분에서만 성장이 일어나도록 조건을 만족시켰다.
비용매 유도 상분리 현상은 폴리머(많은 수의 저분자 기본단위가 화학 결합한 고분자)를 용매에 녹인 후 비용매에 가라앉힌 뒤 용액의 조성 변화로 고분자를 침전시키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새로 개발된 인공물질은 성장과정에서 빛, 접촉, 중력과 같은 외부 자극을 스스로 인지해 성장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스스로 성장하는 인공물질은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을 탐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주변 환경을 탐사하고 물질을 이송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