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랜더스가 단장 교체를 놓고 시끌벅적하다. 팬들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아직 답이 없다. 사진은 정 부회장이 11월8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SSG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좋은 일이 좋게만 끝나는 법이 없는가 보다.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의 구단주를 맡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얘기다.
SSG랜더스가 창단 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11월8일, 정 부회장은 구단주로서 선수와 구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점을 인정받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았다.
정 부회장은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는 소감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기며 뿌듯하고 행복한 감정을 가감 없이 내보이기도 했다.
팬들도 그에게 열광했다. 정 부회장을 ‘용진이형’이라고 따르던 팬들은 SSG랜더스의 우승 소식에 ‘용진이형, 고생했어’라며 진한 축하 인사를 수없이 전했다.
하지만 헹가래를 받은 여운이 다 가신 탓일까. 아니면 호사다마일까.
최근 정 부회장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다름 아닌 SSG랜더스 단장 교체 때문이다.
팬들은 SSG랜더스의 단장 교체가 느닷없이 이뤄졌다고 본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지난 2년 동안 선수단을 이끌어온 류선규 단장이 SSG랜더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SSG랜더스는 류 단장에게 더 이상 단장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SSG랜더스는 팬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야구단 우승의 일등 공신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서 팬들의 추측만 무성하다.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은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 부회장과 개인적 친분을 맺고 있는 지인이 그동안 SSG랜더스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는 것이 비선 실세 의혹의 요체다. 이 인물이 SSG랜더스 단장 교체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팬들 사이에서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정 부회장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은 팬들의 비난으로 도배되고 있다.
팬들은 정 부회장에게 “야구판에 비선 실세가 왜 필요한가. 류선규 단장을 돌려내라” “이게 세상에 없던 새로운 야구단이냐. 하긴 비선 실세 야구단은 전무후무하긴 하다” “비선 실세라는 말을 SSG랜더스 구단에서 들을 줄이야” 등의 항의성 댓글을 달았다.
정 부회장은 이런 팬들의 의혹 제기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오히려 팬들의 비난성 댓글을 하나하나씩 삭제하고 있어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
아직 삭제되지 않은 댓글을 찾아보면 정 부회장을 조롱하는 댓글도, 평소 남 같지 않은 재벌 오너라 정 부회장을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한다는 댓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물론 정 부회장을 비난하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단주가 구단을 자기 방식대로 운영하는 것을 놓고 팬들의 동의를 얻어가면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소통하는 오너’라는 이미지를 쌓아온 정 부회장의 대처가 아쉽다는 팬들의 반응에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포수 포지션을 어떻게 좀 해달라는 팬의 글에 직접 ‘기다려달라’는 댓글을 달아 야구계를 술렁이게 했던 정 부회장의 과거 모습과 불편한 질문에 함구하는 현재 모습은 언뜻 봐도 달라 보인다.
사실 이 모든 문제는 팬들의 착각이나 기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계정 소개란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여기는 개인적인 공간임.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람.”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