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정 회장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는데 고삐를 죄면서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에 맞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 구축사업에서도 현지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벤츠 탑승 보도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을 넓히려는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G20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실의 섬세하지 못한 대응에 정 회장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주로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세제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8월 발효된 뒤 현지 전기차 판매에서 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IRA 발효 전 미리 세밀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에 미국 전기차 판매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인도네시아에서도 브랜드 이미지에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가 철저히 자국 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우리 정부의 세심한 지원을 든든하게 받지 못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정의선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다른 주요 기업 총수와 마찬가지로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세계를 돌며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민간외교 사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엄밀히 말하면 정부가 해야 할 외교적 역할을 정 회장 같은 민간 기업의 오너경영자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신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 역시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기업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더욱 세밀한 정책적,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재계 내부에서 많다.
정부가 앞으로 주요 기업과 좀 더 활발하게 소통해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반영해 글로벌 통상외교에서 섬세하게 뒷받침에 나선다면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부정 평가는 얼마든지 긍정 평가로 바뀔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처럼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에까지 윤 대통령이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말이다. 박창욱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월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추가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