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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기준금리가 연 2.50%에서 동결됐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4.0%에서 3.8%로 하향 조정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경제성장 경로에서 하방 리스크가 다소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향후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경기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한 점이 이런 분석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10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14개월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기준금리 동결은 경기회복세가 신통치 않지만 아직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근거가 더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간 소비가 세월호 참사 이후 주춤했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경기는 회복기조인데다 원화강세까지 겹쳐 금리를 올리기 부담스럽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을 고려할 때 내릴 만한 여건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한 명의 금통위원이 13개월 동안 이어진 '만장일치'를 깨고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 소수의견이 인하인지 인상인지 묻는 질문에 "2주 후에 공개되는 의사록을 참조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하' 의견을 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위축을 반영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내년 전망치도 4.2%에서 4.0%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6월 경제지표는 세월호 영향이 어느 정도 사라지면서 4~5월보다 소폭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근본적 흐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애초부터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높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됐던 소비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경제성장 경로에서 하방 리스크가 다소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1분기 수정전망을 내놓을 때 미국 정책 불확실성과 같은 대외 리스크가 더 크다고 봤다"며 "하지만 이후 세월호 사고가 곧바로 터지면서 대외 리스크는 많이 완화된 반면 국내 리스크가 커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세월호 여파가 경제지표로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경기에 대한 인식은 종전과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 총재의 발언이 향후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전망치는 단기간에 급격히 조정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이 총재가 하방 리스크를 강조하면서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 총재의 발언이 반드시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경기가 예상 외로 나빠질 수 있으므로 금리변화에 대한 여지를 넓힌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의 태도는 애매해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정작 통화정책방향 공식 발표문은 크게 바뀐 부분이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총재가 경제 하방 리스크를 언급한 데다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가 경기회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금리 정책과 관련해 "기준금리 조정은 금통위 고유권한"이라면서도 "경제인식에 대한 한은과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 일문일답 내용이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경제에 하방 리스크가 많아졌다는 표현을 했다. 이 총재도 동일한 발언을 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해 나와 최 후보자와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책공조는 한은과 정부가 각각 통화정책 결정과 거시경제정책 수립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전체적인 정책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조화롭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 총재는 지난 5월과 6월 금통위 회의 직후 "현재 금리수준(2.5%)이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판단은 아직도 유효한가. 7월 전망이 나왔는데 금리방향은 인상쪽으로 유지하고 있나.
"적정금리를 정확히 제시하기 곤란하지만 현재 금리는 실물경제 활동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성장세가 최근 주춤한 데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종전까지 2.5%의 기준금리를 완화적 기조라고 봤지만 지금은 완화 폭이 종전보다 줄어들었을 것이다."
- 하반기 경제성장 전망치를 0.2%포인트 내려 잡았다. 종전 전망치(4.0%)와 경제인식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인가?
"오늘 내놓은 3.8%도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가 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원화절상 압력과 통상마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어느 정도 될 것으로 보나. 우리 경제규모 대비 과다한 수준인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대략 8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가 지난 5월까지 지속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 규모는 GDP의 6%에 달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통상기준 보다 높다. 흑자의 가장 큰 이유는 수출호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국산제품의 비(非)가격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일부에서 얘기하는 수입이 줄어서 생긴 불황형 흑자는 아니다. 수입증가세가 낮은 이유는 경기불황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요인을 제외하고 물량기준으로 본다면 올해 1~5월 수입물량은 4%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내수가 활성화 된다면 수입수요도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 것이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의사록에 오는 10월 양적완화 축소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텐데 한은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10월에 종료해도 금리인상 시점을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예상보다 많이 줄었지만 매입자산의 재투자 등을 고려한다면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이 점은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면밀히 살피고 있다."
- 이 총재가 우리 경제에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일부에서 금리 인하의 기대감이 커졌을 수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금리를 인하하든 인상하든 효과와 함께 비용이 수반된다. 금리를 내리면 분명히 부동산 등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종합적으로 보고 거시경제 측면에서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화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간다"고 얘기했는데, 동의하나.
"일본식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부터 제시됐다. 하지만 현재 우리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상황처럼 될 가능성은 낮다. 최 후보자의 발언은 '그렇게 되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한 표현으로 이해한다."
- 주택담보대출(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LTI와 DTI가 주택거래를 제약하는 측면도 있지만 가계의 재무건전성과 은행의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LTI와 DTI를 조정할때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조절해서 판단해야 한다."
- 이 총재의 경기인식도 취임 초와 많이 변한 듯하다.
"3개월 전과 비교해 경기인식은 바뀌었다. 4월 1분기 수정전망을 내놓을 때 국내 리스크 보다 대외 리스크가 더 크다고 봤다. 그 때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연준의 금융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었고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험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세월호가 곧바로 터지면서 대외리스크는 많이 완화된 반면 국내 리스크는 커졌다. 세월호 참사의 파급여파가 예상보다 크고 오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여파가 경제지표로도 나타났다. 따라서 경기에 대한 인식은 종전과 다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