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비상경영설명회를 연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자구계획안에 담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는 등 최악의 상황까지 갈 경우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마저 끊길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노조를 설득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 현대중공업, 비상경영 설명회
현대중공업은 7월1일 울산 본사 사내체육관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비상경영설명회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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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 임원과 직원, 협력사 대표와 소장, 사내체육관 인근 공장 노동자 등 3천여 명이 설명회에 참석한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직접 설명회에 참석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포함한 회사의 현안뿐 아니라 하반기 회사의 중점 추진대책 등을 설명한다.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의 내용과 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 받게 되는 제재사항 등도 설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전 사업장의 조업을 중단하고 사내방송으로 설명회를 생중계해 현장에 참석하지 않는 직원들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이 조업을 중단하면서 회사의 위기상황에 대해 설명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노조가 구조조정 계획에 적극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재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설비지원부문의 분사와 관련해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핵심업무의 외주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에서도 노사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노조는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놓았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은 이르면 30일 나오는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파업찬반투표 등을 통해 파업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은 노조의 반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관련해 파업에 돌입하는 조선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거제를 방문한 뒤 “한진중공업 사례를 보면 노조의 투쟁은 고용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은 파업을 이야기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할까?
최 회장과 권 사장이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이 끊기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비상경영설명회에서 노조의 파업강행 여론을 돌릴 수 있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단협에 포함된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향상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 해외연수 ▲성과연봉제 폐지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등을 놓고 단 하나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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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시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왼쪽)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현대중공업은 이 가운데 비용절감과 관련한 내용을 제외한 사항에서 노조와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노조가 강력히 요구해온 사외이사 추천권을 허용해주는 수준에서 파업을 막으려고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7일 업계 최초로 노조가 추천한 조합원이 감사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조합원을 통해 회사의 경영상황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사외이사 3명이 모두 감사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와 같이 노조의 경영감시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내부직원의 비리사건뿐 아니라 남상태 전 사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등 감사기능의 부실을 지적받았다.
또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없는 기업인 반면에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오너기업이라는 점도 현대중공업이 사내이사 추천권을 선뜻 노조에게 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노조가 요구하는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은 회사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