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닷컴과 롯데온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면서 3분기 총거래액은 후퇴했다. 이커머스업계에서 총거래액이 중요하게 평가된다는 점에서 이 전략이 과연 유효한지를 놓고 의구심도 존재한다. 사진은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왼쪽),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 |
[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SSG닷컴과 롯데온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크기는 계속 커지는데 두 플랫폼의 올해 3분기 거래액은 오히려 줄었다.
내실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SSG닷컴과 롯데온의 입장이다. 실제로 두 플랫폼 모두 적자를 소폭이나마 줄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효과적인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11일 유통업계가 대부분 3분기 실적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누가 잘 나가고 누가 부진했는지에 대한 윤곽도 드러났다.
가장 돋보인 기업은 단연 쿠팡이다.
쿠팡은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51억133만 달러(약 6조 7254억), 영업이익 7742만 달러(약1020억)를 냈다고 10일 밝혔다. 쿠팡이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실시한 뒤 처음이다.
고정 환율을 기준으로 한 매출 성장률이 27%나 된다는 점도 쿠팡에게 고무적인 수치다.
이커머스업계에서 시장 점유율을 추정하는 핵심 지표로 쓰이는 총거래액을 쿠팡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점유율을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쿠팡의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 이견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쿠팡은 상품을 직접 구매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제품 직매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총거래액과 매출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SSG닷컴의 올해 3분기 총거래액은 1조4105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보다 5% 후퇴했다.
SSG닷컴과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지마켓의 총거래액 역시 부진하다. 지마켓의 올해 3분기 총거래액은 3조9234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제자리걸음을 했다.
롯데온 역시 총거래액이 뒷걸음질했다. 롯데온의 올해 3분기 총거래액은 7574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6% 빠졌다.
3분기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 증가율이 7.5%라는 점을 고려하면 SSG닷컴-지마켓연합, 롯데온의 총거래액 감소는 이들 플랫폼의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말과 같다.
두 플랫폼은 ‘무조건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수익성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자’는 쪽에 집중하고 있어 총거래액 후퇴가 일시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롯데온은 4월 대표적 적자사업인 새벽배송에서 손을 뗐으며 이후에도 롯데마트몰과 롯데슈퍼프레시의 배송 서비스를 계속 축소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화 작업이라는 것이 롯데온의 입장이다.
신세계그룹도 마찬가지다. SSG닷컴은 현재 지마켓과 중복되는 사업 영역을 조정하고 배송 시스템을 단순화하는 체질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2분기 실적발표 때 ‘성장이 수익창출로 이어지는 사업구조로 전환’을 하반기 중점 추진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두 플랫폼 모두 이 전략으로 일부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롯데온은 올해 3분기에 매출 250억 원, 영업손실 380억 원을 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4.2% 늘었고 영업손실은 80억 원 줄었다.
SSG닷컴도 적자가 줄었다. SSG닷컴은 올해 3분기에 매출 4406억 원, 영업손실 231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14.0% 늘고 영업손실은 151억 원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SSG닷컴과 롯데온의 행보가 옳은 방향인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이커머스업계에서 총거래액을 중요한 지표로 사용하는 이유는 시장 점유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비록 적자를 낸다고 하더라도 점유율이 높아지면 향후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점유율 상승은 유통업계의 핵심 경쟁력인 구매력(바잉파워)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커머스기업은 총거래액을 높이는 데 애를 쓴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쿠팡의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놓은 점도 총거래액 상승을 바탕으로 한 점유율 확대가 이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암시한다.
‘곧 망할 것이다’라는 소리를 들어온 쿠팡이 8년 만에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시장 성장보다 빠른 총거래액 상승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삼정KPMG 역시 지난해 7월 내놓은 ‘뉴밸류에이션 시대, 신성장기업의 가치평가’라는 리포트에서 이커머스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총거래액을 거론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롯데온과 SSG닷컴이 잠시 총거래액을 포기하고 수익성 개선에 매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총거래액 상승을 포기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다가 기업가치가 뚝 떨어진 기업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사례는 과거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불렸던 위메프와 티몬이다.
위메프와 티몬은 누적된 적자를 개선하라는 사모펀드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경영진 교체를 통해 적자 축소에 방점을 찍고 무분별한 사업 확대를 지양한 바 있다. 그 결과 적자 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 동시에 총거래액도 빠져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티몬은 2019년경 롯데그룹과 매각 논의를 할 때만 해도 기업가치로 1조 원 안팎이 거론됐지만 최근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기업 큐텐에 매각될 때는 2천억 원가량에 팔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