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9일 열린 ‘신한 디지털데이’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결국 고객가치를 위한 것(Digital to Value)이다. 앞으로 더 겸손하게, 더 치열하게, 더 담대하게 고객가치를 위한 디지털 여정을 이어가겠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성과를 처음으로 공유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신한금융그룹은 6년 동안 디지털 전환 작업을 숨가쁘게 추진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는데도 조 회장은 여전히 디지털 혁신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은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그룹 경영진과 고객, 투자자 등과 디지털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신한 디지털데이’를 열었다.
국내 금융그룹이 디지털 성과만을 공유하기 위해 따로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디지털, 고객가치가 되다(Digital to Value)’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발표자로 나서 각 분야의 디지털 성과를 발표했다.
가장 먼저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이 단상에 올랐다. 신한금융그룹과 인연을 맺은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김 부사장은 경쾌한 목소리로 신한금융그룹이 그동안 진행한 디지털 혁신 과정과 디지털 전략 체계, 디지털 비전 등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김 부사장은 “신한금융그룹은 모든 그룹사가 하나가 되어 디지털 혁신 과제를 추진하면서 동반 성장을 꾀하고 있으며 디지털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체계 고도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작업에서 데이터 거버넌스, 테크놀로지, 프로세스, 피플 및 조직 등 4가지의 핵심 역량을 설정하고 이를 위해 모두 124개 전략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주요 디지털 전략과제의 성과 및 현황 소개는 실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각 계열사 임직원들의 몫으로 넘기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신한금융그룹의 모바일앱과 마이데이터 신사업, 비금융 플랫폼 사업,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상담 및 소비자 보호 노력 등 디지털 성과가 차례대로 소개됐다.
신한금융그룹이 디지털 전환을 위해 얼마나 숨가쁘게 달려왔는지는 임직원들이 발표하며 제시한 그래프의 흐름과 수치의 변화속에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그룹의 모바일앱 통합 월활성사용자수(MAU)는 불과 수년 사이 2천만 명으로 불어났고 올해 초 시작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 수는 벌써 600만 명이 됐다. 배달앱 ‘땡겨요’ 회원 수는 올해 목표치인 120만 명을 9월에 이미 넘어섰다.
임직원들의 발표가 끝나고 김명희 부사장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발표자인
조용병 회장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조 회장은 디지털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인 만큼 다소 편안한 복장으로 등장했다. 표정과 태도에는 여유가 넘쳤다. 행사에 참석한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은 애정이 담긴 박수로 조 회장을 환영했다.
조 회장은 2017년 회장에 오른 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얻은 성과를 이날 임직원, 투자자들과 공유하면서 누구보다 가슴이 벅찼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대에 오른 조 회장은 지나온 성과 대신 신한금융그룹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조 회장은 직접 내년 상반기 선보일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을 소개했다.
이 앱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업권 구분 없이 고객이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현재 신한금융그룹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1400여 개인데 이 가운데 핵심 서비스만 앱에 탑재된다.
조 회장은 “유니버설 간편 앱은 비록 그룹 중심의 융합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신한금융그룹을 넘어 외부 생태계까지 포용하고 금융을 넘어 비금융까지 확장해 나아가는 오픈형 플랫폼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기존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 계열사 모바일앱과 유니버설 모바일앱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투 포지션(Two-Position)’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도 공유했다.
조 회장의 발언 속에 디지털 혁신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과 계속된 전진이 담긴 만큼 신한금융그룹 디지털 강화 전략에도 계속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가 끝나지만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