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신용카드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다. 각종 세금과 공과금, 아파트 관리비 납부는 물론 심지어 몇천원짜리 과자 계산도 편의점에서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카드가 통용되지 않는 곳이 있는데 보험료 납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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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생명보험사들의 행태가 소비자들의 편의를 무시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생명보험사 건물 전경. |
상당수 생명보험사들이 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편의를 무시한 행태라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교보생명, ING생명 등 6개 생보사는 카드 가맹점 계약을 아예 맺지 않고 있다. 국내 1위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경우 만기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성 보험에 대해, 그것도 삼성카드 결제만 허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생보사뿐 아니라 중소형사도 카드결제 중단에 합류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8월부터 보장성 보험을 제외한 연금.저축성 보험료의 카드 납부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KDB생명은 4월부터 삼성카드 외에 다른 카드로는 보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하반기에는 삼성카드 이용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생명보험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1~2월 납입된 보험료(2회차 이상) 가운데 신용카드로 결제된 비중은 2.9%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형 생보사 중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을 보험료 카드 결제를 전혀 받지 않았다.
생보업계는 카드를 받지 않는 이유로 저금리에 따른 수익 악화에다 과거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 때문에 역마진이 발생해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마당에 2~3%에 이르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내는 것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계속되는 저금리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수수료라도 아껴 사업비를 절감하자는 차원에서 카드납부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해마다 수조원대의 순이익을 낸다. 그런데도 수수료 절감을 위해 보험료 카드 납부를 거부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편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생보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무려 3조6천억원에 이르는데 카드 수수료가 아까워 결제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무시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 등 4대 보험까지 카드결제가 가능하고 자동차보험의 경우 카드 결제 시 각종 할인제도까지 있는 걸 감안하면 생보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는 보험사에 대해 거의 원가 수준의 수수료만 받고 있지만 생보사들이 이마저도 부담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 보험사는 우량고객이기 때문에 거의 원가수준의 수수료만 받는 등 우대해주고 있다”며 “그런데도 생보사들이 카드 결제를 꺼려하기 때문에 가맹점 계약을 맺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2007년부터 생보사들의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를 유도해 왔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보사들과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산정은 금감원의 지도대상이 아니고 업계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며 “신용카드 납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카드사와 가맹계약이 체결된 생보사에 대해선 지도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7월1일부터 보험사들의 보험료 카드결제 가능 여부를 보험협회 누리집에 공시해 소비자들의 판단을 돕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