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원태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는 기후변화 적응대책으로 "사회기반시설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기후환경센터>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를 염려하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뉴스가 27, 28일 연이어 터져 나왔다.
하나는 유엔 전문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의 '온실가스연보', 또 하나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온실가스 '배출 갭 보고서'였다.
온실가스연보는 2021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가 415.7ppm(100만분의 1)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메탄 농도는 1908ppb(10억 분의 1)로 2020년보다 18ppb이 늘어 관측 이래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배출량 갭 보고서는 지금 이대로면 세기 말까지 산업혁명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2.8도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면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제시된 기온상승 억제 목표인 ‘1.5도’ 억제를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
‘1.5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국가별, 기업별로 막대한 자금 소요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세계기상기구 출신의 기상기후학자는 이 두 보고서의 경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세계기상기구 TF팀장,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국가수석대표를 지낸 윤원태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는 28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적응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사회기반시설은 기후변화 이전, 과거 기후를 기준 삼아 설계됐다"며 "사회기반시설을 재정비해 태풍, 폭우 등 기후재앙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 온실가스 농도가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미는?
“특별하지 않은 뉴스다. 온실가스 연보는 지난해 평균치 자료다. 그동안 매년 3~4ppm이 증가했던 데 비하면 전년 대비 2.5ppm 증가는 오히려 적은 수치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나 이동이 적어진 여파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최근 데이터를 보면 전 지구 온실가스 농도는 이미 419.4ppm을 돌파했다. 최근 상승 추세가 더 가파르다."
- 최근 추세는?
“2021년 9월 이후 1년 동안 세계 평균치가 3ppm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줄어들면서 경제활동이 다시 는 탓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농도는 더 높다. 이미 423ppm 돌파했다. 세계 평균보다 8ppm 더 높다.”
- 메탄 농도 상승세가 역대급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유발효과가 큰데.
“이산화탄소의 ‘지구온난화 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를 1로 놨을 때, 메탄은 21이다. 그만큼 온실효과를 크게 유발한다.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메탄 증가 원인에 관해선 연구가 부족하다. 남극, 북극 등 극지방이 세계 평균보다 온난화 속도가 세 배 빠른 상황에서 동토가 녹아내린 탓이라는 분석도 있고, 인간이 가축이나 작물을 키우고 있는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 단편적인 연구들이다. 분명한 건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메탄 증가세가 없었는데, 최근 높아졌다는 점이다. 연구가 더 필요하다.”
- 한국의 온실가스 증가세가 세계 평균보다 가파르다. 그 영향은?
“한국 평균 기온은 산업화 전보다 이미 1.8도 높다. 파리협정에서 1.5도 억제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항시적 자연재해 위험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2도 이상 올라가면 지구가 회복탄력성, 자정능력을 잃게 된다. 늘어진 용수철을 잡아당기면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은 이미 2도 상승으로 다가가고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은 기후변화 백화점이다.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이미 높아졌다. 해수면 온도는 세계 평균보다 이미 2.5배 높다. 이 탓에 태풍발생지가 한반도 부근으로 올라왔다. 태풍이 예전엔 북위 10~15도에서 발생했는데, 힌남로 때는 북위 25.8도에서 생겼다. 태풍은 바다에서 에너지를 먹고 자란다. 바다에 열이 많으면 그냥 태풍이 슈퍼태풍이 된다.”
-수증기는 온실가스이기도 하다.
“대기온도가 1도 상승하면 해양에서는 수증기가 7% 더 대기로 유입된다. 이게 비로 떨어진다. 즉, 강수량이 늘어난다. 그런데 한국의 강수형태를 보면 강우일수가 줄어들고 있다. 대신 폭우가 늘었다. 한국 인구 98.1%는 도심지에 거주한다. 앞으로 폭우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 대책은?
“메탄은 대기에 머무르는 시간이 9년이지만, 이산화탄소는 더 길다. 100~300년, 짧아도 50년 머문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탄소 제로(0)를 달성해도 기후변화는 50년 가량 지속된다.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적응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
- 가장 시급히 필요한 건?
"사회기반시설(SOC) 재정비다. 한국의 사회기반시설은 기후변화 이전, 과거 기후를 기준 삼아 설계됐다. 갑작스런 폭우 등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없다. 재정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국민이 위험에 노출된다. 국가의 책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지금 시대에 가장 큰 위협은 기후변화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