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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나갈 곳 많은데 레고랜드 사태 불똥까지, HDC현산 재무부담 가중되나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2-10-25 13: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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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사고 수습비용으로 차입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까지 덮치면서 재무부담이 커질 수도 있어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뒤 보유 부동산 등 자산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로 사업경쟁력 약화 등 시장의 우려를 잠재워 왔는데 최근 부동산 시장의 자금경색으로 건설업계 전반에서 유동성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돈 나갈 곳 많은데 레고랜드 사태 불똥까지, HDC현산 재무부담 가중되나
▲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부사장(사진)이 레고랜드 사태에 직면해 더욱 커진 재무부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

25일 건설업계와 금융권 등의 말을 종합하면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에 따른 회사채 등 채권시장 경색에 중소 건설사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게다가 HDC현대산업개발은 어려운 외부 시장 상황에 더해 내부적으로 광주 화정아이파크 재시공과 사고수습 비용 등으로 재무부담이 높아져 있는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에서 ‘레고랜드 사태’의 영향에 직면한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과 함께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둔촌주공 재개발조합이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7천억 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차환에 실패하면서 시공사업단이 자체 자금으로 이를 상환하게 됐다.

시공사업단은 대출 만기일인 28일까지 채권발행 등 자금조달을 시도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직접 대출을 상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컨소시엄 지분에 따라 대출 7천억 원 가운데 175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현재 부동산 자금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시공사업단의 부담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자칫 둔촌주공 일반분양을 진행해 분양비가 들어올 때까지 계속 공사비를 조달해야 할 수도 있다.

롯데건설을 봐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 규모가 큰 가운데 둔촌주공 사업 등을 위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유상증자와 계열사 차입에 나섰다. 예전과 달리 현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PF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특정사업의 사업성과 장래 현금흐름을 예상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금융기법이다. 우발채무는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부채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6280억 원에 이른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857억 원을 보이고 있다.

영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이 마이너스인 만큼 사업에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려면 결국 차입금을 늘리는 등 재무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같은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의 현대건설은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만 3조965억 원, 대우건설은 1조1122억 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950억 원이다.

이와 별도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조만간 화정아이파크 사고수습 비용도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사고에 따른 손실 추정액 1700억 원 규모를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이미 반영했다. 

그리고 올해 5월 화정아이파크 전체 동 철거와 재건축을 결정하면서 2천억 원가량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이번 달 18일 화정아이파크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입주지연 배상금을 계약금(10%)만이 아닌 중도금(40%)부분에도 적용해 추가로 지원하기로 협의하면서 주거지원 관련 비용 부담도 더욱 늘어났다.

여기에 화정아이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서울시의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사업 경쟁력 등에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에서 연이은 사고로 최근에도 1조 원대 사업 시공권(부산 촉진3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을 잃는 등 수주시장에서 입지가 약해졌다. 2022년 6월 말 기준 수주잔고도 30조9510억 원으로 2021년 말(33조6338억 원)보다 줄어들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초 화정아이파크 사고 뒤 유동성 관리에 전방위로 나서면서 PF 유동화증권 등 우발채무 규모는 줄어들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6월 말 연결기준으로 시행사, 정비사업조합, 관계기업 등에 관한 PF 유동화증권 대출잔액이 약 1조8200억 원으로 2021년 말(2조7300억 원)과 비교해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6월 말 기준 한국신용평가 등이 분석한 주요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건설사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또 우발채무 규모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차입금은 1조8021억 원에서 2조4326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재무부담은 높아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 가운데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도 1조5613억 원에 이른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은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회사와 계열사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면 차입금 상환 부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행정처분과 관련한 불확실성 지속, PF 유동화증권 만기도래 등을 생각하면 당분간 재무안정성 제고는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월30일 HDC현대산업개발의 무보증사채 등에 관한 신용등급 평가에서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이전까지 ‘안정적’이었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꿨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도 건설사들의 PF 우발채무 관련 보고서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우발채무 규모를 축소하고 만기분산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안전 관련 이슈로 경쟁사들과 비교해 자본시장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PF 유동화증권 상당수 만기가 단기화돼 있어 유동화증권들의 차환에 차질이 생기면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런 우려를 두고 "회사는 현재 현금성 자산 6천억 원에 단기금융상품 7700억 원 등 모두 1조3천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발채무도 줄여가고 있어 시장에서도 리스크가 큰 기업이 아닌 잘 관리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정아이파크 사고수습 비용도 실적에 이미 반영했기에 현재 재무부담이 높은 상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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