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전과 과제
|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상목 청와대 경제수석이 2022년 10월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보건복지부 장관에 기획재정부 출신인 조규홍이 임명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복지부 장관에는 그동안 정치인, 사회복지 전문가, 의료인 출신이 많이 임명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2년 기준으로 복지부 예산이 97조 원 규모로 늘어나 정부 총지출의 16%를 차지하게 됐다.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편성된 보건복지 예산은 108조9918억 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 전문가인 조규홍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 주요 정책을 효율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조규홍은 취임사에서 “경제성장 둔화와 양극화 심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코로나19 등 공중보건 위기, 디지털 혁명은 보건복지 정책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5가지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사회적 약자를 사각지대 없이 찾아내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 운용 기조를 긴축으로 선회하면서 취약계층부터 먼저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표방했다.
문재인 정부가 ‘포용 복지’를 내세워 사회 전반의 복지 확대를 추구한 것과 대비된다.
조규홍은 생계급여, 긴급복지,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으로 저소득층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생애주기별 취약계층과 자립준비 청년 등의 새로운 복지 수요에 대한 안전망도 보강한다고 했다.
두 번째 과제로는 복지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꼽았다. 연금 개혁과 건강보험 재정 내실화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조규홍은 기획재정부 출신인 만큼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과제를 책임지고 이끌 적임자로 자리매김할 지 주목된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착수한 복지부는 기초연금 인상(30만 원→40만 원)과 연계한 연금 개편안을 마련해 2023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8년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규홍은 “세대 사이 상생할 수 있는 국민연금을 목표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대간 형평성을 높여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적절한 노후소득이 확보되도록 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조규홍은 앞서 복지부 장관 후보자일 때 국민연금 기금 소진 우려로 인한 국민 불안을 완화하고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급보장 명문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의 지출 측면 개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규홍은 건강보험과 관련해 “필수의료 등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재정도 면밀하게 관리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MRI 촬영 건수가 급증하는 등 선심성 급여 확대로 늘어난 건강보험 재정 유출을 막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2018년 이후 건보 재정수지는 줄곧 적자를 보였고, 늘어나던 건강보험기금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조규홍은 심장·뇌수술과 같이 기피되는 고위험·고난도 응급수술이나 수요가 줄지만 꼭 필요한 소아·분만 등 취약분야에 대해서는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간 참여를 확대해 사회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보건복지부는 조규홍이 장관에 취임한 다음날인 2022년 10월6일 민간 기업에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를 허용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복지 정책 기조는 사실상 복지 민영화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조규홍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전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건강보험 체계 근간을 저해하는 의료 민영화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보건의료는 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여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빈틈 없는 방역과 필수·공공 의료체계 확충도 중요한 과제다. 조규홍은 장관 후보자일 때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투자 확대,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규제 혁신 등을 통해 보건산업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 현재 만 65세 이상인 노인 연령의 상향 조정,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추진 등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조규홍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언급한 보건부·복지부 분리 방안에는 반대 의사를 내놓았다.
조규홍은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사회 변화에 따라 돌봄과 의료 통합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보건복지 연계 서비스를 더 확대해 국민이 필요로 하는 통합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추진으로 여가부의 주요 기능 대부분이 복지부로 이관될 가능성도 떠올랐다. 조규홍은 인구정책과 가족정책을 한 부처에서 수립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가 여가부의 주요 기능을 흡수하면 모든 연령대와 관련된 정책을 두루 맡는 거대 부처가 되는 만큼 각종 복지정책이 연계되고 효과가 나도록 조정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복지부가 더욱 적극적·능동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대해 윤 대통령이 대대적 개편을 언급한 바 있어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아닌 복지부가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 평가
| ▲ 2022년 8월2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보건복지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
재정경제원과 기획예산처를 거쳐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예산 전문가다.
경제관료 출신이자 경제학 박사로서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킬 적임자라는 말도 나온다.
복지부 1차관에 임명된 지 약 4개월 만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승진했다. 이를 두고 자기 사람을 끝까지 챙기는 윤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된 인사라는 분석도 있다.
조규홍은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맡아 경제분야 정책 수립에 기여한 측근 경제 전문가로 통한다.
조규홍이 경제부처 출신이어서 복지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규홍이 복지부보다 기재부의 시각에서 보건복지 관련 예산과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취미는 독서이며 기억에 남는 책으로 ‘로마인 이야기’를 꼽았다.
좌우명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자’다.
주량은 소주 1병으로 알려졌다.
조규홍이 복지부 장관에 오르면서 복지부는 권덕철 전 장관에 이어 연속으로 복지부 차관 출신 장관을 맞았다. 복지부 차관을 지내다 장관에 임명된 사례로 2007년 6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재직한 변재진 전 장관도 있다. 변 전 장관도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복지부 차관에 이어 복지부 장관이 됐다.
이 밖에 최선정 전 장관(2000년 8월~2001년 3월)이 복지부 차관, 노동부 장관을 거쳐 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임채민 전 장관(2008년 3월~2010년 3월)은 지식경제부 1차관을 지내고 복지부 장관으로 근무했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기재부에서 40대에 1급 재정관리관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아래 국장급 7명 중 6명이 조규홍보다 나이가 많았다.
기재부 시절 의리가 있고 부하를 잘 챙긴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때 함께 근무했던 부하를 불러내 밥을 사주는 등 각별히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2019년 기재부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제기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사건에 연루됐다. 신 전 사무관은 적자국채 강요의 증거로 조규홍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후 신 전 사무관은 잠적하기 전 남긴 유서에 "조규홍 차관보님 죄송합니다. 상사가 아니라 선배로 생각하라 해주셨는데, 제가 부족했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참여정부 때 기획예산처 전략기획팀장으로서 중장기 국가전략인 '비전 2030' 수립 실무에 참여했다. 당시 비전 2030 발표 보도자료에도 기획예산처 대표로 조규홍의 이름이 기재됐다.
조규홍은
문재인 정부 때 비전 2030이 재조명되자 "열심히 만들었던 보고서가 재평가받아 기분이 좋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하는 저출산과 저성장 등의 문제에 대한 당시 지적은 여전히 시의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조규홍이 비서실장을 지낼 때 박 전 장관이 교육·의료시장 문턱을 낮춰야 한다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허용 필요성을 주장한 적이 있다.
서울대 석사논문 주제는 "우리나라 덤핑방지관세 제도의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