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서울 여의도 IFC 인수가 결국 무산된 이유를 놓고 금융가에 말들이 많습니다.
IFC 매각은 4조1천억 원에 이르는 몸값을 자랑하며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역사상 최대규모의 거래로 관심을 끌었죠.
▲ 13일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IFC 인수가 불발에 그친 것을 두고 미래에셋그룹과 기관투자자 사이 '관계'가 영향을 끼쳤다는 시선이 나옵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본사 전경. |
부동산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IFC 거래가 결국 치열한 법적 다툼으로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14일 부동산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IFC 인수가 불발에 그친 것을 두고 미래에셋그룹과 기관투자자 사이 '관계'가 영향을 끼쳤다는 시선이 나옵니다.
그동안 미래에셋그룹은 자산운용, 증권, 보험 등 계열사가 힘을 모아 대규모 부동산 투자 나서며 존재감을 나타냈습니다. 계열사 연합에 따른 자금력이 바로 미래에셋그룹 부동산투자의 강점이었죠.
하지만 이번 IFC 거래에서는 바로 이 점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시선이 나옵니다.
계열사 자금력이 풍부한 만큼 그동안 외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신뢰를 쌓고 우호적 관계를 만들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미래에셋그룹은 해외 부동산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과 많은 관계를 쌓아 온 면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투자에 어려움을 겪기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미래에셋그룹은 2018년에만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호텔, 코트야드메리어트호텔, 아마존 물류센터, 영국의 캐논브릿지 하우스빌딩, 홍콩의 더센터빌딩 등에 투자했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9년에도 일본 아오야마 빌딩, 프랑스 마중가타워, 폴란드 브로츠와프·코닌 물류센터 등 글로벌 부통산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IFC 거래에도 미래에셋 계열사가 총동원됐지만 4조1천억 원의 대규모 거래를 미래에셋그룹 자력으로만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가파른 금리인상 등으로 시장 상황이 비우호적으로 흘러가면서 유동성 저하와 함께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기조는 보수적으로 변했고 결국 미래에셋그룹은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동안 기관투자자들과 다양한 거래를 진행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과 환율 상승으로 인수 구조에 대해 양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지 기관투자자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 역시 이번 IFC 거래를 두고 "미래에셋의 IFC 인수 완주 의지는 강했지만 호재가 하나도 없었다"며 시장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IFC 거래가 틀어진 주요 원인은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IFC 인수를 두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끝까지 접전을 벌였던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면 거래가 불발되는 상황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처한 시장 상황은 같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이 그동안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과 함께한 트랙레코드와 그 과정에서 쌓은 신뢰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급격한 금리인상 등 시장상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나 이지스자산운용 모두에게 대규모 거래를 마무리 짓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이 평소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여러 차례 거래를 진행하며 신뢰를 구축하고 돈독한 관계를 쌓았던 만큼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지스자산운용은 2018년 역삼 센터필드빌딩 개발사업, 2020년 선릉 위워크빌딩 인수, 2021년 마곡복합단지 개발 등 여러 차례 국민연금과 함께한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마곡복합단지 사업은 국민연금의 국내 상업용부동산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직전 그 타이틀을 지닌 투자 역시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한 역삼 센터필드빌딩 사업이었고요.
이 외에도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민연금이 소유했던 남산스퀘어(옛 극동빌딩)를 컨소시엄을 꾸려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IFC 인수전은 3차 입찰까지 진행되며 경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접전 끝에 올해 5월에야 미래에셋자사운용이 이지스자산운용을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막바지를 향해 가는 듯했습니다.
IFC는 미국 다국적 종합금융회사인 AIG가 건립한 이후 2016년 캐나다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매입해 운용했습니다. 건립 이후 오랜기간 외국계기업이 소유했기 때문에 임대수익 등의 해외 유출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뒤 IFC가 처음으로 국내 기업 소유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거래 완주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리츠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하는 등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때도 "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의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가운데 최대 규모 거래가 될 뻔했던 IFC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거래 무산 배경을 두고 그동안 미래에셋그룹의 강점으로 꼽혔던 점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미래에셋그룹으로서는 앞으로 있을 대규모 거래 완주를 위해서라도 기관투자자와의 관계 구축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