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과 신사업 동맹 강화
최윤범이 수소와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들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미국 계열사인 한화H2에너지USA가 2022년 8월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4700억 원에 인수했다. 한화H2에너지USA는 미국에서 한화그룹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맡고 있으며 한화임팩트의 100% 자회사다.
고려아연과 한화그룹은 이와 함께 신재생·수소에너지 분야의 기술제휴, 교차투자, 공동투자 등에 관한 사업제휴 계약도 체결했다.
고려아연은 한화그룹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2차전지 소재 자회사인 케이잼의 동박 생산설비 증설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케이잼의 동박 생산능력을 2022년 8월 1만3천 톤에서 2027년까지 6만 톤으로 확대한다.
고려아연은 호주 내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사업에도 투자하고 한화그룹은 고려아연의 호주 내 신재생 발전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호주의 발전 및 전력판매 시장과 수소·암모니아 시장,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시장에 함께 진출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동맹과 지분투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최윤범 사이의 긴밀한 교감을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과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는 2022년 9월21일 한화임팩트, SK가스 등과 ‘한국·호주 수소 컨소시엄’을 출범시키면서 공급망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연간 100만t 이상의 그린 암모니아를 호주에서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는 공급망을 2023년까지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아크에너지는 디젤 연료를 수소 연료로 대체하기 위한 'SunHQ'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바탕으로 호주 노스퀸즐랜드 재생에너지 구역에 최대 발전용량 3천 MW(메가와트)를 갖춘 19만m² 규모의 콜린스빌 그린 에너지 허브를 조성해 대규모 그린 수소 및 그린 암모니아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려아연은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세계 굴지의 배터리 기업인 LG화학과 협력하고 있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켐코는 LG화학과 2022년 5월31일 고려아연 본사에서 리사이클·전구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재료로 양극재 재료비의 70%를 차지한다.
합작법인 이름은 ‘한국전구체주식회사’이며 지분은 켐코 51%, LG화학 49%다. 울산광역시 온산 산업단지 안에 LG화학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용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전구체 전용 라인을 구축한다.
이 회사는 2024년까지 모두 2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 연간 2만 톤 이상의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22년 7월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4년 2분기부터 제품을 양산한다.
합작법인은 켐코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메탈뿐만 아니라 폐기물인 스크랩과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리사이클 메탈도 함께 활용해 전구체를 생산한다. 리사이클 공정은 건식과 습식을 결합해 기존 공정 대비 메탈 회수율을 극대화한다.
이와 함께 폐수 재활용을 포함해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적 공정을 채택하기로 했다.
△신사업 강화를 위해 적극적 인수합병
최윤범은 자신이 비전으로 제시한 ‘트로이카(삼두마차) 드라이브’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외 관련 회사 지분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삼두마차는 2차전지 소재와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등 3가지 사업으로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동력을 뜻한다.
고려아연은 2022년 7월11일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73%를 4324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그니오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소비 국가인 미국에서 전자폐기물을 수거 후 파쇄하며 추출한 중간재를 판매하는 도시광산 기업으로 저품위 전자폐기물에서 동, 금, 은, 팔라듐 같은 유가 금속으로 제련될 수 있는 중간재를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최윤범이 제시한 ‘삼두마차’ 중 자원순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2022년 6월27일 자회사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을 통해 국내 제강분진 재활용 업체인 글로벌스틸더스트코리아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은 철강업체의 전기로에서 발생하는 제강분진을 활용해 조산화아연을 생산하고 있다. 조산화아연은 아연 정광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다.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스틸더스트코리아가 보유한 연간 11만 톤 규모 이상의 제강분진 처리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은 순천 소재 제강분진 재활용 회사 지에스디케이(GSDK)도 인수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9월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과 지에스디케이의 회사이름을 각각 스틸싸이클과 스틸싸이클에스씨로 바꾸고 스틸싸이클 대표이사에 최윤범의 사촌인 최민석씨를 선임했다.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2021년 2월 풍력발전 손자회사 아크에너지를 설립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4억2천만 호주달러(약 3665억 원)를 들여 호주 신재생에너지 업체 에퓨런 지분 100%를 취득했다.
에퓨런은 호주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독보적인 업체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개발 및 인허가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설계·구매·시공(EPC)부터 운영성과 모니터링과 운영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2년 8월5일 이사회를 열고 동박 제조 계열사 케이잼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7365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이 2020년 설립한 자회사 케이잼은 2022년 8월 기준으로 연간 1만3천 톤 규모의 전해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케이잼의 생산능력은 2025년까지 3만 톤, 2027년까지 6만 톤으로 확대된다.
△수소사업 확대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
최윤범은 수소사업 확대를 위해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윤범은 2022년 5월17일부터 이틀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그린수소 글로벌 총회 및 전시에 참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그린수소 시장 활성화 방안 및 그린수소 운송 등에 관한 의견을 공유했다.
스페인 정부와 함께 이번 행사를 연 ‘GH2’는 호주의 대표 철광석 기업인 포테스큐메탈스그룹의 앤드류 포레스트 회장이 설립하고 말콤 턴불 전 호주 총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비영리 국제단체다.
최윤범도 2021년부터 이 단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행사에서 수소시대 도래에 발맞춰 2050년까지 100% 그린 징크를 생산한다는 장기 비전을 내놨다.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 썬메탈(SMC)과 아크에너지를 통해 약 1조 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최윤범은 “그린수소는 탄소 발자국을 감축하기 어려운 산업 분야의 탈탄소화를 이끄는 진정한 녹색 솔루션”이라며 “고려아연은 2023년 1분기에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고려아연은 민간 기업들의 수소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삼성물산과 함께 단일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그룹 등 3개 그룹 주도로 설립된 국내 민간기업 최고경영자 협의체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회원사간 수소사업 협력 △수소 관련 투자 촉진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초청 인베스터 데이 개최 △해외 수소 기술 및 파트너 공동 발굴 △수소 관련 정책 제안 및 글로벌 수소 아젠다 주도 등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 등 3개 그룹을 포함해 모두 15개 회원사로 구성됐다.
△신사업 위해 조직문화 개편과 외부인재 적극 영입
최윤범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외부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2년 4월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기존 연공주의 인사·조직 체계를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개편했다.
전무 이하 임원 직급을 ‘담당’으로 통합하고 직원 직급을 ‘사원(A·B)-대리-과장-차장-부장’에서 ‘선임-책임-수석’ 3단계로 조정했다.
이와 함께 인수·합병(M&A) 전담 임원으로 외부에서 만 37세의 함경우 담당을 영입했다. 함 담당은 GS에너지 출신이자 1985년생으로 고려아연의 최연소 임원 기록을 새로 썼다.
고려아연은 2022년 9월 신설된 지속가능경영본부장 부사장 자리에 김기준 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영입했다. 김기준 부사장은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에너지 협력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에너지정책국장을 지낸 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이 외에 2021년 7월 고려아연 신소재사업본부를 설립하고 본부장에 장사범 전 SK바이오랜드 부사장을 영입했다. 장사범 본부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산업자원부 서기관으로 일하다 SK네트웍스로 자리를 옮겨 SK바이오랜드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영업이익 1조 돌파하여 역대 최고 실적
고려아연은 2021년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고려아연은 2022년 2월7일 공시를 통해 2021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9조9768억 원, 영업이익 1조961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31.6%, 영업이익은 22.1% 증가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1974년 창업된 이후 최대 실적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에너지 수급난으로 유럽과 중국의 아연 생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였지만 고려아연은 안정적으로 생산을 유지하면서 최대 실적을 거뒀다”며 “이와 함께 LNG(액화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 설립 등 공정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한 것이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윤범이 경영을 맡은 이후 진행한 경영 효율화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윤범은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20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2년 상반기에 매출 5조5126억 원, 영업이익 6659억 원을 거뒀다.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20.47%, 영업이익은 22.63% 증가했다.
2분기만 보면 연결기준 매출 2조518억 원, 영업이익 3480억 원을 냈다. 2021년 2분기보다 매출은 12.8%, 영업이익은 55.5% 늘었다.
고려아연이 분기 기준으로 3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SG경영 강화
최윤범은 고려아연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2년 2월22일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첫 회의를 시작으로 ESG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2021년 말 발족됐으며 ESG경영과 관련한 전문적 자문 및 감독을 하는 기구다.
고려아연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조달청장 출신인 정무경 위원장을 포함한 사외이사들과 사내 에너지, 환경, 안전, 기획, 준법 담당 임원들로 구성돼 있다.
고려아연은 2021년 말 지속가능경영본부도 설치해 ESG경영 계획 수립 및 실행을 담당하도록 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첫 회의는 본사와 온산제련소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
위원회는 회의에서 RE100(100% 재생에너지 전환) 추진 방안, 지속가능경영 운영 개선 방안,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내부 공감대 형성 방안,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계획, 국내외 ESG 평가 대응 방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고려아연 자회사인 호주 썬메탈(SMC)은 세계 대형 제련소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캠페인 RE100에 가입했다.
썬메탈은 2020년 12월23일 RE100에 합류하면서 2040년까지 제련소 필요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가 활용된 청정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최윤범은 2019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을 때부터 그린정책을 그룹의 장기적 비전으로 구상하고 탄소중립 및 신재생에너지원 개발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다만 안전경영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고려아연은 2021년 7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반복적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을 이유로 등급이 B+에서 B로 하락했다.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르기까지
최윤범은 대표이사 사장이 된 뒤 1년 반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고려아연은 2020년 12월8일 이사회를 열고 최윤범 사장을 부회장으로, 노진수 고려아연 최고재무책임자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최윤범이 2019년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지 약 1년6개월 만이다.
최윤범은 2007년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입사하면서 고려아연에 합류했다. 이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얻고 뉴욕 소재 로펌인 크레바스 스웨인 앤 무어에서 근무했다.
이후 페루 광산회사(ICM 파차파키) 사장을 거쳐 호주 아연제련소인 썬메탈(SMC) 사장을 지내는 등 고려아연의 해외 법인을 돌며 경험을 쌓았다.
썬메탈 사장 시절 제련소 공정 개선 등을 통해 2014년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킨 데 이어 2018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7천만 달러)를 내면서 경영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최윤범은 아연괴 생산 효율을 높이는 조업 합리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물류비용을 절감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고려아연 사장으로 승진한 뒤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제련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2차전지의 필수 소재인 전지박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등 신사업 추진에 앞장섰다.
작은아버지인 최창근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최윤범의 3세경영이 본격화했다. 최창근 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지만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최윤범 체제에 들어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