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에 있는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 매장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아 급한데, 답답하네!”
급히 편의점에 들어왔던 한 방문객이 화를 내고 나갔다.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 방문객은 급하게 사야할 물품이 있는 듯 했지만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안에 있는 이마트24 무인매장에서는 이따금씩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인편의점으로 운영되는 서울 삼성동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QR코드를 발급을 위한 각종 절차를 먼저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이 문을 연지는 약 1년이 지났다.
국내기술로 한국형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이마트24, 신세계아이앤씨가 지난해 9월 손을 잡고 서울 코엑스 스타필드에 만든 테스트베드형 실증매장이다.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은 요즘 종종 볼 수 있는 일반 무인편의점들과 다르다. 물건을 집어서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최첨단 시스템이 갖춰진 스마트한 무인편의점이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 매장 출구에 붙어있는 안내문구. <비즈니스포스트> |
스마트 코엑스점에는 신세계아이앤씨가 보유한 인공지능(AI), 컴퓨터비전, 센서퓨전, 음성인식, 클라우드POS 등 ‘리테일테크’가 총동원됐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만든 무인매장 ‘아마존고’처럼 걸어서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저스트 픽앤고(Just Pick&Go)’ 기술이 적용됐다.
고객들은 매장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본인의 신용·체크카드로 인증을 받은 뒤 출입 QR코드를 받아 입장하고 매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인증한 신용·체크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점원 역할을 대신 하는 건 천장에 달린 20대가 넘는 인공지능 카메라와 무게 변화를 감지하는 스마트 선반이다. 고객이 어디에서 무엇을 집었는지 카메라와 무게 변화를 통해 알아서 파악해 매장을 나오면 결제까지 마친다.
제품을 집어서 호주머니나 가방에 바로 넣어도, 슬쩍 밖으로 제품을 던져도 알아서 결제되는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편리함은 입구를 넘은 이들에게만 허용된다. 입장에 필요한 QR코드를 발급받아 편의점에 입장하기까지는 최소 몇 분이 필요했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에 들어가기 전에 발급받아야하는 QR코드 안내 문구. <비즈니스포스트> |
QR코드 발급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기자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몇 차례의 본인 인증 등을 거쳐 QR코드를 발급받고 나니 다른 편의점이었다면 이미 필요한 물건을 집어 결제까지 마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같은 번거로운 절차는 고령층, 이른바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는 더 큰 장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였다.
앞선 사례처럼 결제를 위해 QR코드 등을 발급받아야하는 특성상 물품을 빠르게 구매하고 싶은 고객에는 오히려 이런 과정들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스마트 코엑스점은 무인편의점을 표방하고 있지만 완전 무인 매장도 아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상주하며 매장 한 쪽에 별도로 마련된 주류코너를 관리하고 제품 진열과 고객들의 입장을 돕는다.
주류코너는 아직 신분증 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해 상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이 없는 시간대에는 구매할 수 없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 안에 마련된 담배자판기. <비즈니스포스트> |
편의점 매출 1등 공신이라는 담배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장 안에 따로 마련된 전용자판기에서 판매되고 있다. 추가 신분 확인을 거쳐 만 19세 이상이라면 담배를 꺼낼 수 있고 다른 상품들과 합산해 자동으로 결제된다.
아르바이트생은 틈틈이 시스템을 멈추고 정비도 한다. 정비를 하는 시간 동안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결제를 해준다. 하루에도 이같은 정비작업을 수 십여 차례 진행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번거롭기 때문일까. 스마트 코엑스점은 이른바 ‘한국판 아마존고’라 불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1년 동안 성적표는 예상보다 초라하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스마트 코엑스점이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후 올해 8월까지 방문객은 5만 명에 그친다. 하루 방문객 수를 단순 계산해보면 140명 남짓에 불과하다.
매장의 수익보다 신기술을 적용한 시범운영에 더 초점을 둔 매장이라고 하더라도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삼성동의 한복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많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치다.
물론 스마트 코엑스점에 아쉬운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 음성인식 기술은 원활한 고객 응대가 가능한 수준으로 구현돼 있었다.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 매장 안에 있는 스마트 음성인식 안내 도우미. <비즈니스포스트> |
‘하이 스마트리!’라고 부른 뒤 특정 제품을 파는지, 어디에 있는지 물으면 판매 여부나 제품의 위치를 정확히 말해준다.
이마트24에 따르면 고객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고객 사이의 폭력, 기물파손 등이 발생했을 때 이상 상황을 구분해 안내음성을 내보내고 매장 관리자 및 관제센터에 알림을 발송하는 기능도 있다.
매장에서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등과 같은 긴급상황을 나타내는 음성 또한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있다.
매장 운영 초반에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입장 할 때 각자 QR코드를 생성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동반인원 가운데 한 명만 입장 QR코드를 스캔하면 동시에 여러 명이 입장할 수 있다.
이마트24는 스마트 코엑스점을 2023년까지 시범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형 ‘완전스마트매장’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표준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음성인식 등 매장운영에 필요한 기술들은 매월 개선작업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며 “2023년까지 시범운영한 이후 성과를 보고 매장 확대를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지효 기자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 매장 내부 모습. 여느 편의점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