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2-09-26 09:42:07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파 연합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해졌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는 25일 실시된 조기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우파 연합이 41~45%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우파 연합은 하원 400석 가운데 227~257석, 상원 200석 가운데 111~131석 등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총리를 지낸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은 25.5~29.5% 득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우파 연합은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 등 세 정당이 중심이다.
출구조사 결과가 들어맞는다면 우파 연합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이탈리아형제들의 멜로니 대표가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세 정당은 7월27일 최다 득표를 한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했다.
멜로니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집권한 첫 극우 성향 지도자가 된다.
멜로니 대표는 2014년 이탈리아형제들의 대표로 선출된 뒤 반이민과 반유럽연합(EU), 강한 이탈리아 등 선명한 극우 색채를 바탕으로 지지세를 넓혀왔다. 이탈리아형제들은 2018년 총선에선 지지율이 4%대에 그쳤지만 이번 총선에선 22~26%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나 제1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멜로니 대표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여자 무솔리니’ 등으로도 불린다. 그가 이끄는 극우 정권의 출현은 유로존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과 국제 정세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2021년 2월 출범한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거국 내각에 불참하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 정부 방역 규제에 반기를 들어 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에 불을 붙였다.
다만 차기 정부가 사회·경제·외교 정책에서 극우적 색채를 내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럽연합이 2026년까지 제공하는 1915억 유로(약 264조 원)에 이르는 코로나19 회복기금을 정상적으로 받으려면 이탈리아가 유럽연합에 협조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마크 라자르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이탈리아는 이 기금을 빼앗길 여유가 없다”며 “멜로니가 유럽연합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차기 정부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겨울철 고조될 에너지 위기 속에서 민생 정책과 대러시아 제재를 두고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우파 연합의 두 축인 살비니, 베를루스코니 대표가 대표적 친푸틴 인사로 분류되는 데다 지향점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새 국회 개원일은 10월13일이다. 차기 정부는 아무리 일러도 10월 말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