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9-14 15: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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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삼성전자의 멕시코 현지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중장기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멕시코는 미국과 손잡고 반도체,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협력을 진행하고 있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투자처로도 부각되될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현지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르바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멕시코는 반도체 최대 수요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인건비와 물가가 훨씬 저렴해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게는 매력적인 생산거점이 될 수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멕시코가 최근 반도체공장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과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만남에서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논의도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멕시코 정부는 올해 8월 정부 주도의 콘퍼런스를 열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장 유치를 위해 멕시코가 미국의 중요한 협력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멕시코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12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 타티아나 클루티에르 경제장관과 2차 고위급 경제대화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멕시코가 동참하기를 요청했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번 협력으로 미국과 멕시코에서 고용창출 기회가 생겨 매우 흥분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에 인접국가인 멕시코도 포함해 아시아에 쏠린 반도체 제조 설비를 북중미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멕시코는 매력적인 반도체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998년부터 미국 오스틴시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17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해 테일러시에 약 500만㎡(150만평) 규모의 공장도 짓는다. 테일러 공장은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고 반도체 설계, 장비 등의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는 앞으로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은 높은 물가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인건비와 시설투자 부담이 크다.
모리스 창(장중머우) TSMC 창업주는 올해 4월 미국의 한 씽크탱크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은 대만보다 약 50% 높은 수준일 것”이라며 “미국은 반도체 위탁생산을 위한 인력 풀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았고 이들을 교육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며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 멕시코는 반도체 최대 수요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인건비와 물가가 훨씬 저렴해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게 매력적인 생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멕시코는 미국과 같은 북중미 경제권으로 묶이면서도 인건비와 토지가격 등이 훨씬 낮다는 장점이 있다.
멕시코 제조업투자 유치협회(IVEMSA)의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는 중국보다도 노동비용이 30%, 임대료가 50% 저렴하다.
게다가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올해 8월에 통과된 미국 반도체 지원법을 멕시코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지원하고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 등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면 더 적은 비용으로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멕시코에 가전 공장 등을 운영하며 현지 경영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반도체 공장 설립도 검토해볼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멕시코 방문도 단순히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하기 위한 행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후공정 시설이 멕시코에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중국과 대만에서 반도체 테스팅부터 패키징, 어셈블리(조립)까지 산업 규모는 600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북미 반도체산업은 30억 달러에 불과하다”며 “미국과 협력을 통해 멕시코는 반도체 제조공장 뿐 아니라 ‘테스팅와 패키징, 어셈블리(후공정)’까지 확보하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IP기업(설계자산)⟶팹리스(설계)⟶파운드리(생산)의 전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뒤 후공정(패키징‧테스트)를 통해 최종 완성된다. 그동안 후공정은 반도체 제품을 출하하기 위한 포장 작업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오스틴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멕시코 공장에서 후공정 작업을 거친 뒤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공급 라인 구축도 검토해볼 수 있다. 경쟁사인 인텔은 멕시코와 바로 인접한 미국 뉴멕시코주에 후공정 설비를 짓고 있다.
다만 멕시코 정부의 정책이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멕시코가 반도체 공급자로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멕시코 정부가 전력 가격을 안정시키고 투자자들(반도체기업)이 법치주의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것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