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인왕산 중턱에 자리잡은 초소책방은 경찰병력이 주둔했던 초소를 책방으로 새로 꾸몄다. <더숲 초소책방 인스타그램> |
[비즈니스포스트] 선선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서울 곳곳에 주말 나들이객이 늘어나고 있다.
한가위 연휴나 주말을 맞아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조금 특별한 장소들로 ‘북투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9일 서울시 홈페이지의 서울시 건축상 역대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한옥과 주택, 미술관과 빌딩들 사이 북카페, 도서관 건물들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경치 좋은 북카페 소개에 빠지지 않고 꼽히는 인왕산 초소책방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 중턱에 자리한 인왕산 초소책방은 2021년 인왕3분초 숲속쉼터와 나란히 제39회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은 건물이다. 인왕산은 광화문에서 청와대를 바라볼 때 왼쪽에 있는 산이다. 주소로는 종로구 인왕산로 172번지다.
인왕산 초소책방과 인왕3분초 숲속쉼터는 둘 다 군인, 경찰 등이 보초를 서는 초소 건물이었다는 점에서부터 흥미로운 역사도 담고 있는 공간이다.
▲ 불을 밝힌 인왕산 초소책방 모습. <더숲 초소책방 인스타그램> |
이곳은 1968년 북한의 청와대 기습시도 사건 뒤 50여 년 동안 방호 목적을 위해 경찰병력이 주둔했던 초소건물이었다. 2018년 인왕산 전면 개방과 함께 비로소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인왕산 초소책방은 경찰 초소였던 만큼 철근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판재로 지어졌는데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철근 콘크리트의 골조를 그래도 살렸다.
초소책방 리모델링 설계를 맡은 이충기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는 기존 초소의 직사각형 구조에 외벽 전체는 대형 유리를 썼다.
이를 통해 인왕산의 자연경관이 그대로 건물 내부 공간으로 들어오고 초소책방 어디에서나 인왕산 경치뿐 아니라 남산부터 서울 시내 전경을 한껏 즐길 수 있게 했다.
초소책방은 1층 한 벽면 전체가 서고로 꾸며졌는데 여기에는 환경과 관련된 책들을 채웠다.
▲ 인왕산 초소책방과 함께 2021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은 인왕3초 숲속쉼터. <서울시> |
그야말로 가벼운 가을 등산길 중간에 산과 나무, 그리고 서울 도심의 경관까지 즐기면서 환경에 관한 책도 한 구절 펼쳐볼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인왕산 초소책방에는 이 밖에도 시멘트 외벽과 철제 출입문, 난방용 기름탱크 등 옛 초소 건물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어 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인왕산 초소책방에는 유기농 밀가루 등으로 만든 빵을 파는 수제 베이커리도 있고 2층 공간에 서는 미술, 음악 관련 행사도 자주 진행된다.
인왕산 초소책방은 이번 추석연휴에도 쉬는 날 없이 정상운영해 가족들과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옛 사찰 원각사 건물이 여성역사공유공간인 '여담재'로 재탄생했다. <서울시> |
여성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왕산에서 내려와 같은 종로구의 한옥 처마가 눈길을 끄는 서울여담재를 찾아봐도 좋다.
서울여담재는 종로구 낙산로길 202-15번지에 자리잡은 ‘여성역사공유공간’이다. 서울시가 여성사 연구 확대와 시민들의 관심 확산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 곳으로 전시, 행사공간과 여성역사에 관련된 책들이 있는 서가가 있다.
서울여담재는 1983년 지어진 도심 속 사찰인 원각사가 인근으로 자리를 옮긴 뒤 서울시가 그 부지를 매입해 재건축했다.
현대식 저층부 위에 한옥을 올린 구조였던 옛 원각사 모습을 살려 반듯한 유리상자같은 몸에 전통 한옥 지붕을 덮은 디자인으로 새롭게 꾸며졌다. 특히 중앙 계단길을 수십 개의 색유리 박스로 장식해 색등을 보는 것 같은 화려함이 있다.
서울여담재는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의 비였던 정순왕후의 거북바위 설화가 얽힌 장소이기도 하다. 정순왕후가 단종이 거북을 타고 승천하는 꿈에서 깨어 이곳에 오니 바위가 있더라는 전설이다.
서울여담재도 2021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
▲ 서울시 송파구 송파대로37길 77번지에 자리잡고 있는 국내 최초의 책박물관인 송파책박물관. <서울시> |
서울 송파구로 발길을 돌리면 2020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송파책박물관이 있다.
송파책박물관은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의 일부가 되는 흔한 건물이 될 수도 있었다. 송파구 송파대로37길 77번지에 위치해 있고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송파책박물관은 건물 외관부터 폭이 좁은 판을 일정하게 배열하는 버티컬 루버 방식을 적용하면서 범상함을 벗어났다. 책장에 책을 꽂아놓은 듯한 독특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송파책박물관은 2019년 국내 공립박물관 가운데 처음으로 책을 주제로 건립됐다. 장서 1만3287권과 책과 관련된 유물 8804점을 소장하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송파책박물관 1층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 체험전시실, 박물관 중앙부에 계단식으로 구성된 독서공간 등이 있다. 2층에는 책과 관련한 다양한 기획전시를 하는 전시실부터 전자책, 잡지, 영화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읽고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라이브러리, 햇살을 받으며 독서를 할 수 있는 야외정원도 있다.
▲ 송파책박물관의 미디어 라이브러리. <서울시> |
현재 송파책박물관에서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독서, 조선의 독서광, 조선의 장서문화 등을 보여주는 ‘향유-선현들이 전하는 책 읽는 즐거움’과 1910년 일제강제병합 이후 100여 년의 독서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소통-세대가 함께 책으로 소통하는 즐거움’ 등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0월16일까지는 기획특별전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종합잡지부터 여성교양잡지, 주간지 선데이서울 등 주요 잡지들을 전시하는 ‘잡지 전성시대-대중, 문화 그리고 기억’도 열리고 있다.
또 송파책박물관에서는 유물들이 어떻게 관리, 보존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개방형 수장고도 있다.
가을 휴일 송파책박물관을 둘러보고 인근 석촌호수와 한성백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석촌동고분군 등을 두루 걸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코스다.
▲ 송파책박물관 ‘향유-선현들이 전하는 책 읽는 즐거움’ 전시실 모습. 조선시대 사대부의 독서문화와 함께 조선의 내노라하는 독서광들 면모를 알수 있다. <송파책박물관> |
송파책박물관은 추석연휴 11일과 12일은 정상운영하고 13일 화요일에 휴관한다.
지난해 서울시건축상을 받은 곳 중에 양천공원 책쉼터도 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111번지 양천공원 책쉼터는 공원에 먼저 자리잡고 있던 감나무들을 둘러싸고 둥글게 휘어진 모습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도서관의 중심인 계단식 좌석공간 전면이 통유리 폴딩도어로 설계돼 문을 열면 바로 자연과 이어진다.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 골목에는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 8채를 도서관으로 만든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 이름에 ‘마을’이 붙어 있다.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은 2016년 서울시건축상과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기존 주택들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는 방법으로 도서관 건립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였고 노란 벽돌 벽 등이 살아있는 독특한 장소가 탄생했다.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은 앞서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해 책 50권을 기증하고 “지역주민이 주도하고 지자체와 정부가 지원한 주민참여와 협치의 대표적 모델이자 골목을 살리고 마을 자원을 소중히 활용한 도시재생사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의 감나무, 느티나무 사이에 책쉼터 건물이 자리잡았다. <서울시> |
인왕산 더숲 초소책방과 송파책박물관과 관련한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 건축학적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체험하고 싶다면 서울시가 진행하는 2022 서울도시건축탐험에서 10월1일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품 투어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0월 건축탐험 접수는 9월14일부터 21일까지 선착순 신청을 받은 뒤 참가자를 추첨해 선정한다.
서울시 건축상은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 우수한 건축물을 발굴하는 서울시 건축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1979년 제정해 대형 건축 프로젝트를 비롯 서울시의 개인주택, 리모델링, 공동주택, 상가, 한옥 등 다양한 건축물을 아우르며 40년 넘게 수상작을 선정해왔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