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2-08-05 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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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값싼 '마트치킨'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나 잡음도 일지 않는 분위기다.
홈플러스가 ‘당일 제조, 당일 판매'를 내세워 출시한 ‘당당치킨’ 이야기다. 당당치킨은 69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 홈플러스가 한마리 6990원에 판매하는 '당당치킨'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를 하면서 12년 전 롯데마트 '통큰치킨'의 판매 당시와 사회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
5일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 '당당치킨'의 최근 흥행이 롯데마트 '통큰치킨'이 출시됐던 12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통큰치킨의 판매를 두고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까지 나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를 나타냈는데 당당치킨을 두고서는 이러한 비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에는 크게 오른 생활물가지수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올랐다.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한 것인데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지수도 7.9% 올라 1998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널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도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의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대량구매와 함께 프랜차이즈 본사라는 중간유통 단계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당당치킨은 6월30일 판매를 시작해 약 한 달 동안 26만 마리를 판매했다. 하루 판매량이 1만 마리에 이르는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당당치킨이 홈플러스에서 수익을 남기는 주력상품이 아닌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미끼상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밀가루, 기름, 닭고기 등 치킨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만큼 당당치킨을 통해 이윤을 남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당당치킨의 출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이사의 이력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대표는 2016년 12월부터 KFC코리아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KFC코리아를 KG그룹에 매각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당당치킨의 흥행은 2010년 12월9일 출시됐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사례와 비교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통큰치킨은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가격인 5천 원을 내세워 ‘마트치킨 런’이 생겨날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1주일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의 흥행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다. 이들은 당장 매출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이미지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화제성과 비교해 당당치킨의 판매량이 위협 수준으로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치킨은 가격 인상 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거센 품목이다. 올해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졌다.
이러한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것은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다. 윤 회장은 올해 3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 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주를 앞세워 가격을 인상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교촌에프엔비, 제너시스비비큐, bhc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매출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역시 bhc 27.1%, 교촌에프앤비 5.7%, 제너시스BBQ 16.8% 등으로 높은 수준이다. 통상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이 5%대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치킨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당당치킨과 프랜차이즈의 치킨은 소비자층이 다르다”며 “각자의 영역에서 사업을 펼쳐나가면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