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가 4월 한 달 동안 운영하는 팝업 레스토랑의 장소 '동묘830'의 간판.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구제옷 가게와 헌책방, 고물상이 늘어선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 부근 옛 골목에 들어서자 30년 쯤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든다.
좁은 거리를 지나 골목길에 들어서니 오랜 세월에 녹이 잔뜩 슨 철재구조물에 달린 간판 속 숫자 '830'이 눈에 들어왔다.
12일 오후 5시경 4월 한 달 동안 롯데마트가 와인바 '동묘830'과 손잡고 연 팝업 레스토랑 'LAN(란)X830' 앞에는 대기 손님들이 서성였다. 저녁 식사 시간으로는 조금 이른 데도 레스토랑이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미리 찾아온 사람들이다.
오후 6시가 되자 매장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찼고 와인과 음식을 든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이날 팝업 레스토랑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손님들로 친구나 연인 사이로 보였다.
레스토랑 오픈 10여 분 전에 도착했다는 20대 후반의 한 손님은 “복고풍(레트로) 분위기와 여러 빈티지 소품이 잘 차려진 와인바 내부 사진을 보고 반해서 일찍 찾아왔다”며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호평했다.
팝업 레스토랑 곳곳은 복고 분위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단순한 복고를 넘어선 새로운 복고풍, '뉴트로' 감성들이 분위기를 점령하고 있었다.
레스토랑의 작은 안마당과 함께 옛날에 쓰이던 수도펌프, 수건과 샹들리에 등이 섞여 이색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스토랑 내부는 별도의 방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방별로 입식 테이블이 마련되거나 장판을 깐 좌식 테이블이 놓여있기도 했다.
여기에 반찬 덮개나 철제 선풍기, 자개로 된 테이블 등 매장 안팎에서 복고풍 소품이 모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런 복고풍 소품은 모두 '동묘830' 공동대표인 성우 김국진씨와 배우 김철진씨가 함께 동묘시장에서 직접 골라온 것들이다.
▲ 롯데마트가 4월 한 달 동안 운영하는 팝업 레스토랑 'LAN(란)×830' 매장 내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시간이 갈수록 팝업 레스토랑은 ‘와인바’의 면모를 드러냈다. 테이블마다 대부분 와인을 추가로 주문했고 단체석 손님들은 이미 여러병째 와인을 비워냈다.
대개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병당 5~6만 원대다. 하지만 'LAN(란)X830'에서는 롯데마트 시그니처 와인인 '란 멘시온'의 2가지 제품을 마트와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방문 고객들에게 특별 할인쿠폰까지 제공한다.
이의섭 롯데마트 홍보마케팅팀 담당은 “와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팝업 레스토랑과 함께 란 멘시온이 언급되면서 이를 직접 마셔보기 위한 와인 애호가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매장에 가장 먼저 찾아온 손님은 30대 남성들로 보였는데 직원들과 나누는 모습에서 와인에 조예가 깊다는 느낌이 들었다.
롯데마트는 이번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위해서 2030세대 직원들이 주도하는 ‘롯데마트 관심급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롯데마트의 젊고 새로워진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강산 롯데마트 홍보마케팅팀 담당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심급구 프로젝트를 노출하게 됐고 현재 반응도 좋아서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며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것이고 또 다음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급구 프로젝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롯데마트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심이 높고 입소문이 난 여러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LAN(란)X830' 팝업 레스토랑의 내부 인테리어와 판매 메뉴의 사진이 업로드 돼 있을 뿐이다.
▲ 롯데마트는 와인바 '동묘830'에서 4월 한 달 동안 팝업 레스토랑 'LAN(란)×830'을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한시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지도앱에 장소를 등록하거나 별도 사이트를 운영하기 어려워 운영시간과 메뉴 등을 모두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알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담당자는 게시글에서 "저 핸드폰 중독자라 칼답(빠른 답장) 가능하다"며 빠른 소통과 응대를 강조했다.
실제로 정말 대응속도는 빨랐다.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아침 7시에 매장 대기 시간을 문의했더니 10분 만에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평일에는 매장 오픈 시간 즈음에 다소 여유가 있지만 주말에는 3~4팀이 대기하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이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름난 가게들이 운영 일정을 곧바로 업데이트하거나 소비자 문의에 더욱 빠르게 대응하면서 고객과 소통 친밀도를 높이는 방식과 같았다.
인스타그램은 이의섭 담당이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고 팀에 제안해 시작하게 됐다.
이 담당은 입사 3개월차인 신입사원이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가장 젊은 사람이 MZ세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그를 프로젝트에 배치했다.
이 담당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는 데 의견이 반영돼 뿌듯하고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욕이 크다”며 “여러 아이디어의 제안과 실행이 보다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가 직접 챙기는 사안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관심급구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마트는 와인바 '동묘830'과 손잡고 팝업 레스토랑 ‘LAN(란)×830’을 운영한다.
'동묘830'은 한옥 인테리어와 다양한 빈티지 소품을 활용한 복고풍 분위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MZ세대의 관심이 높은 '힙플레이스(개성있는 가게 등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L'AN(란)×830'에서는 전통 한식당 삼청각 출신의 쉐프가 선정한 와인 전용 페어링(음식 조합) 메뉴를 판매한다.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