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팻 겔싱어 인텔 CEO(왼쪽)이 현지시각으로 4월7일 트위터를 통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와 회동 사진을 공개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반도체사업에서 인도 정부의 반도체 시설투자 지원금을 포함한 여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다양한 글로벌 반도체기업이 잇따라 인도 정부의 지원을 기대해 현지 생산공장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겔싱어 CEO는 현지시각으로 7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모디 총리와 회동 사진을 공개하며 “인텔과 인도의 30년에 걸친 협력을 기념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트위터로 “기술과 연구개발, 혁신과 관련해 훌륭한 논의를 나눴으며 인도에 낙관적 시각을 보이고 있어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겔싱어 CEO는 현재 대만과 일본, 인도 등에 위치한 인텔 협력사를 차례대로 방문해 반도체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비공개 출장 일정을 보내고 있다.
모디 총리와 만남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인텔과 인도 정부 사이에 의미 있는 수준의 협력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도 현지언론 비즈니스투데이는 관계자를 인용해 “인텔 경영진이 정부 관계자들과 인도 정부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에 관련한 내용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겔싱어 CEO의 인도 방문 일정에는 인텔 파운드리서비스 부사장과 사장 등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담당하는 고위 임원들이 동행했다.
인텔 파운드리사업 핵심 경영진이 참석한 점을 고려하면 인텔이 인도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며 정부 시설투자 지원금을 받는 계획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인도 정부는 최근 내수경기 및 제조업 활성화와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목표로 두고 12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지원금과 매출의 6%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신설했다.
대만 폭스콘과 싱가포르 IGSS벤쳐스, ISMC 등이 이미 지원을 신청하고 공장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형 반도체기업이 관심을 보인 사례는 인텔이 처음이다.
▲ 인도 노이다 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 |
비즈니스투데이는 현지 반도체 전문가인 사티아 굽타 인도 VLSI협회 회장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인텔, TSMC와 마이크론 등 대형 반도체기업이 인도 정부의 지원 계획에 곧바로 화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대형 반도체기업들이 해외 국가에 첫 현지 공장을 설립할 때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충분한 소통도 필요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굽타 회장은 인텔과 삼성전자, TSMC 등 기업이 자체적으로 분석과 계획, 전략 수립을 거친 뒤 투자 계획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인도 공장 투자와 관련한 발표를 아직 내놓지 않은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텔이 모디 총리와 직접 투자 계획을 논의하며 첫 사례를 만들어낸 만큼 삼성전자와 TSMC도 충분히 정부 지원을 받아 시설 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도는 최근 정부 차원에서 삼성전자에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검토해달라는 요청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인도 현지 공장에서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3월에는 약 2600억 원을 들이는 냉장고 컴프레서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이처럼 인도가 삼성전자에 갈수록 중요한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도 충분히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전자 경영 참여를 본격화한 뒤 2016년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사업 협력을 논의했고 2018년과 2019년에는 한국에서 회동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미국 IT전문지 더레지스터는 최근 인도정부에서 주로 필요로 하는 반도체가 28나노 미세공정 기반 제품으로 분석되는 만큼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주력하는 인텔과 삼성전자, TSMC의 투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굽타 회장은 비즈니스투데이를 통해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IT시장으로 반도체 수요 전망도 밝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실질적 인센티브 규모도 발표된 수준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