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채권단 일부는 더 이상 돈을 빌려주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동부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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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동부제철과 동부CNI가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 날짜는 코앞으로 다가오는 등 부도위기로 몰려가는 데 김 회장은 동부화재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요구에 요지부동이다.
동부제철 채권단들은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기 위해 또다른 회사채 발행을 결정하는 차환심사위원회를 열기로 했으나 다음달 3일로 연기했다.
차환심의위원회가 연기된 것은 신용보증기금이 동부제철에 더이상 돈을 빌려 주지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제철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은 애초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신용보증기금이 거부해 난항이 예상된다.
신용보증기금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에 실패함에 따라 현금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이유를 들어 추가적 회사채 발행에 부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신용보증기금은 김준기 회장이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는 등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보증기금은 자율협약이 체결되면 다음달 7일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제철 회사채 700억 중 400억 원을 책임져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제철은 아직 자율협약을 신청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용보증기금의 협조가 없이 자율협약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율협약이 무산되면 동부제철은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동부제철 채권은행들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동부제철의 워크아웃 착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동부제철은 이날 “30일 향후 자구계획 세부 이행안을 첨부한 자율협약 신청서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동부건설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한 단계 낮췄다. 또 동부메탈과 동부CNI의 신용등급도 'BBB-'에서 'BB'로 각각 두 단계씩 내렸다. 이에 앞서 한국신용평가도 이들 기업에 대해 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이런 와중에서 동부그룹 제조 부문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도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동부CNI는 다음달 5일과 12일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00억 원과 3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잔여만기가1년 이하인 회사채가 1300억 원이고 단기차입금이 369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겨우 17억 정도에 불과하다.
동부CNI는 2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어 실패했다. 동부CNI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유동성 위기가 다른 계열사로 급속하게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이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지 않고 버티게 되면 결국 동부그룹은 공중분해된다”며 “동부의 금융계열사만이라고 건지겠다는 것인지 정말 알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