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인 네온 수급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반도체기업이 가장 가까운 영향권에 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기업들이 네온 수급처 다변화와 재고 확보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심각한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국 CNBC는 25일 베인앤드컴퍼니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네온 공급이 급감하면서 반도체기업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특히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위해 노광 공정을 활용하는 삼성전자와 인텔, TSMC가 레이저에 쓰이는 네온 수급상황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전 세계 네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CNBC는 이미 전 세계적 반도체 공급 부족이 발생한 상황에서 네온 생산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반도체산업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생산 차질은 자동차 출고 지연 등 다른 산업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는 CNBC를 통해 “주요 반도체기업들은 이미 수개월치 네온 재고를 확보해두고 있다”며 “아직은 생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도체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대응해 우크라이나 이외 지역으로 네온 수급처 다변화에 힘써온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혔다.
인텔은 CNBC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는 전략을 통해 잠재적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의 네온 공급이 이른 시일에 재개되지 않는다면 반도체기업들이 네온 물량 수급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인텔, TSMC의 반도체 미세공정에 활용되는 EUV(극자외선)장비 생산도 반도체장비에 쓰이는 네온 공급 부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EUV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던 네온 물량을 이전보다 약 20% 축소했다고 분석했다.
ASML이 우크라이나에 네온 공급 의존도를 더 낮추지 못해 EUV장비 생산에 차질을 겪으면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등 고객사의 시스템반도체 시설 투자도 예정보다 미뤄질 수 있다.
ASML 관계자는 CNBC를 통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사건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수급처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수급처를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