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러시아 공장을 가동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와 인접 국가에서 수조 원대의 매출을 내고 있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국가들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로 현지 공장이 장기간 멈추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러시아 칼루가 공장. <삼성전자> |
23일 외신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근처 칼루가에 있는 TV 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데 이어 LG전자도 러시아 가전, TV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칼루가 공단에 TV와 모니터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LG전자는 모스크바주 루자에 위치한 공장에서 TV와 모니터,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생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러시아 판매뿐 아니라 옛 소련을 구성하던 공화국 11개 나라가 결성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과 유럽에도 수출된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러시아 공장은 현재 가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러시아로 가는 주요 부품의 선적이 중단된 만큼 향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시장 TV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LG전자는 냉장고, 세탁기부문 1위인 만큼 현지 공장이 멈추면 사업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2020년 기준으로 러시아 지역에서 약 4조4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전자는 2021년 기준으로 러시아와 인접 국가에서 약 2조335억 원의 매출을 냈다.
다만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서 전체 매출의 1%대, LG전자는 2%대의 매출을 내고 있어 러시아 공장이 멈춘다 하더라도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하던 러시아 스마트폰, 가전시장을 한동안 잃는 일은 두 회사로서는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2021년 러시아에서 거둔 매출이 2020년보다 22.2% 증가했다. 또 시장조사기관 오미다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따른 러시아 경제제재가 장기화되면 삼성전자의 TV 매출이 10~5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러시아 공장 중단으로 러시아시장에서 영향력이 약해지면 하이얼 등 중국 가전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이얼은 2019년 러시아 나베레주녜 첼니에서 세탁기 공장을 가동했으며 약 70%의 부품을 러시아 현지업체로부터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모스크바주 루자에 위치한 LG전자 공장. < LG전자 > |
더 큰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CE사업부는 2021년 매출의 56.6%를 원자재 구매에 사용했다. 2020년 47.7%에서 8.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올해는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 H&A사업부도 2021년 주요 생활가전 원재료인 철강, 레진, 구리의 구입 가격이 2020년보다 각각 21.9%, 18.2%, 15.1% 증가하면서 매출은 28.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 감소했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회사들은 올해 3월 철강 가격을 톤당 5만 원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사업은 올해 원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원가 상승분을 전가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삼성전자는 TV 가격을 평균 32% 높였고 LG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가격을 7.2% 인상했기 때문에 올해도 가격을 올린다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물류비용 증가가 가전과 TV부문의 수익성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한다면 원가 상승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