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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전용 도크인 H도크. |
현대중공업 도크(선박건조대)가 32년 만에 폐쇄될 위기를 맞았다.
도크는 선박을 건조하거나 수리하기 위한 시설로 각각 공장에서 제작된 블록을 조립해 선체를 만드는 작업장이다. 배가 진수되기 전 마지막으로 거치는 곳으로 사실상 조선소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도크 폐쇄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조선소들에서 일감이 줄어들어 도크를 놀리고 있지만 조선 3사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현대중공업이 도크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10일 조선업계와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도크별 효율성 검토에 들어갔다. 건조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을 잠정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선박을 3척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수주절벽이 가시화하면서 수주잔량은 지난해 말 141척, 168억 달러에서 123척, 146억 달러로 빠르게 줄고 있다. 수주잔고 소진속도를 늦추기 위해 도크가동을 중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가동중단이 잠정적인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페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약이 없다. 세계 조선업황이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세계 선박발주량은 114척, 389만CGT로 지난해 473척, 1047만CG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각에서 글로벌 조선업황이 회복되더라도 과거 조선 호황기 시절만큼 발주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일감이 쏟아지던 시절의 도크 숫자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도크 확대는 글로벌 톱 조선사로 성장해 온 현대중공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에 10개, 군산조선소에 1개의 도크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까지 포함하면 모두 18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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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제1,2도크가 완공된 것은 1974년 6월이다. 현대중공업의 첫 도크는 첫 번째 선박이 진수된 뒤 완성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조선소도 없는 상황에서 선박을 수주하고 영국에서 차관을 빌려 조선소건립과 선박건조를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현대중공업은 100만 톤급으로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제3도크를 완공했다. 그 뒤 1977년 제4,5도크, 1978년 제6도크, 1979년 제7도크까지 도크를 늘리며 글로벌 조선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1980년대 세계 1류 조선소와 어깨를 나란히 한 현대중공업은 1990년대 들어 도크를 더 늘려 일본 조선소들의 경쟁을 따돌렸다.
조선업 불황으로 일본 조선소들은 도크를 폐쇄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정주영 회장의 지시에 따라 유조선 건조용 제8, 9도크를 완공했다. 이후 유조선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며 대규모 수주와 매출 증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열 번째 도크는 2009년 완공됐다. H도크로 불리는 이 도크는 해양플랜트 전문 도크로 현대중공업에서 해양사업 비중이 그만큼 커졌음을 나타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