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증권가 분석 등을 종합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원유 가격 상승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는 지난 7일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30달러 선을 넘어섰다.
산유국의 원유 증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러시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논의하면서 시장조사기관 등은 국제유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고유가 상황은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이 핵심 시장으로 삼고 있는 중동 산유국 발주처들이 국제유가 상승세에 재정 여력을 확보하면서 대형 국가 프로젝트들을 추진할 여건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체 매출의 약 67%를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거두고 있다. 국내외를 포함 전체 매출에서 중동지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8% 수준으로 가장 크다.
2021년 글로벌 수주잔고 비중을 살펴봐도 중동·북아프리카지역 수주잔고가 45%를 차지했다. 미주가 23%, 국내가 16%, 아시아 11%, 유럽 5%인 것과 비교하면 중동지역의 실적 기여도가 압도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중동 등 여러 건의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에 입찰했는데 올해 기본설계 프로젝트 등을 17건 정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중동건설시장 전문매체 MEED 자료 등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 정부 주도 프로젝트 계약금액이 56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서 지난 5년 동안 사우디 정부가 추진한 프로젝트 계약금액(1720억 달러)보다 230% 증가하는 규모이다.
전승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리야드 무역관은 사우디 시장동향 관련 보고서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프로판 탈수소 및 유틸리티 기반시설 프로젝트 수주 등 사우디에서 우리 기업들의 낭보가 전해졌는데 앞으로 5년 동안은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으로 한국 기업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추진하는 중장기 프로젝트 나맷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분야의 파트너기업으로 올라있는 등 현지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1년 10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가 선정한 플랜트사업 기본설계를 담당할 엔지니어링기업 후보군에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하는 사업에 관한 우선협상권도 지니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1년에도 사우디 AGIC 석유화학 프로젝트, 사우디 아람코 자푸라 가스 프로젝트, 체코 타이어 프로젝트 등을 수주하면서 신규 수주실적 7조 원을 내 연간 목표(6조 원)를 초과달성했다. 영업이익도 9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주식시장에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 수주 확대에 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최근 6거래일 만에 17%가량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7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고유가가 유지되면 해외 전반적으로 발주 상황에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정유와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들에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점에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엔지니어링의 러시아 시장 공략 계획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최근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면서 각종 제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 초 러시아 BCC가 발주한 발틱 에탄크래커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프로젝트의 설계와 조달업무 도급공사를 수주하면서 러시아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시 수주 소식을 알리면서 앞으로 러시아에서 플랜트사업 수주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석유 등을 보유한 국가로 대형 플랜트 공사를 꾸준히 발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