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텐센트 마화텅
[1] 중국판 카카오의 시작
[2] QQ, 사업확장의 초석 닦다
[3] 종합 투자회사로 발돋움
[4] 중국 반독점 규제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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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카카오의 2대 주주로 자회사를 통해 카카오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2조6천억 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들고 있는 셈이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사업 초기 투자금 부족으로 힘들어하던 2012년에 카카오톡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초기 투자자다.
PC용 메신저는 텐센트가 먼저 선보였지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가 텐센트보다 1년 이른 2010년에 출시했다.
텐센트는 2011년에 카카오와 유사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내놨는데 당시 카카오에서 지원하지 않던 음성 채팅, 송금서비스 등으로 차별점을 둬 단기간에 중국에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
중국에서 처음 출시된 지 433일만에 1억 명의 이용자가 가입했고 현재 사용자 수는 약 12억 명에 이른다.
◆ 텐센트, 카카오 내스퍼스와 같은 길 걸어
특히 위챗 기반의 송금서비스 '위챗페이'는 중국인의 결제 습관을 바꿔놨다. 중국 소비자들은 시장, 마트, 식당 등 대부분의 장소에서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QR코드 기반의 위챗페이로 결제한다.
텐센트는 위챗의 성공을 바탕으로 문어발식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핀테크뿐 아니라 음원 스트리밍, 웹드라마, 인터넷소설 등 온라인과 관련된 문화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제작사이자 유통사기도 하다.
텐센트는 글로벌 게임플랫폼 '스팀'보다 더 많은 사용자 수를 갖춘 위게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대형 게임사인 크래프톤의 2대 주주, 넷마블의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성공을 바탕으로 금융업, 콘텐츠업, 게임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과 비슷한 길을 걸어온 것이다.
텐센트와 카카오 두 기업의 사업방식은 매우 유사하다. 우선 메신저와 같은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각자의 '인터넷 제국'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현재 텐센트의 대주주인 내스퍼스 역시 유사한 형태로 글로벌 IT기업 및 플랫폼기업에 활발히 투자하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터넷 전문기업인 내스퍼스는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을 장기 보유하는 장기 투자자로 꼽힌다.
텐센트 이외에 배달의민족 투자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내스퍼스는 2001년 닷컴버블 사태에서 겨우 살아남은 마화텅의 텐센트에 3200만 달러(약 370억 원)를 투자해 텐센트 지분 46.5%를 받았다.
이후 텐센트가 성장하고 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내스퍼스 지분율이 33%까지 떨어졌고 내스퍼스는 이후 텐센트 지분 약 4%를 매각하며 29조 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텐센트가 여러 글로벌 기업의 대주주로 자리잡고 있지만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투자 전략도 텐센트 대주주인 내스퍼스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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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화텅, 텐센트의 외부 투자 본격화
홍콩증시에 텐센트가 상장한 지 1년이 지난 2005년 마화텅은 다음 사업 전략으로 온라인 생활권 확대를 선택했다.
텐센트의 서비스가 물과 전기처럼 중국 소비자들의 생활에 필수적으로 자리잡게 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 때 텐센트가 출시한 서비스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QQ뮤직, 초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QQ존 등이다.
마화텅은 텐센트의 본격적 사업 확장을 위해 KFC,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인수합병 프로젝트 경력을 쌓은 류츠핑(刘炽平)을 수석투자책임자로 임명해 오른팔 역할로 삼았다.
류츠핑은 텐센트에 입사한 뒤 곧바로 마화텅과 함께 폭스메일 인수 프로젝트를 지휘했고 이를 개발한 설립자 장샤오룽(张小龙)과 20여 명의 연구개발팀도 한꺼번에 텐센트에 끌어들였다.
폭스메일은 중국 1세대 이메일 서비스 플랫폼으로 텐센트의 첫 인수합병 사례다. 마화텅은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폭스메일 인수를 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메신저 MSN과 이메일서비스 아웃룩을 최대 경쟁요소로 앞세우고 있었다.
텐센트도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 QQ메일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서비스 경쟁력이 뒤처져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웃룩의 대항마로 폭스메일을 인수했다.
폭스메일 개발자 장샤오룽은 이후 텐센트의 위챗 개발도 주도했다. 장샤오룽은 당시 북미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메신저 kik이 시장을 장악해 나가자 마화텅에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한 뒤 위챗을 선보였다.
텐센트는 2008년 투자 및 인수합병 전담부서를 신설한 뒤 더욱 공격적으로 외부 투자를 시작했다.
▲ 2015년 3월에 열린 IT리더포럼에 마화텅 텐센트 회장(왼쪽부터),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리옌훙 바이두 회장이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
초기에는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 부서로 게임사업에 주로 투자했지만 이후 인터넷 시장에서 꾸준히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뒤 전자상거래 등 영역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마화텅은 2011년 초 텐센트에서 50억 위안 규모의 ‘산업윈윈펀드’ 설립을 주도했다. 텐센트는 반 년만에 해당 펀드를 통해 20억 위안(3775억 원)을 사용했고 1년 뒤에는 40여 차례에 걸친 투자로 128억 위안(2조4159억 원)을 지출했다.
당시 마화텅의 투자 방식은 그야말로 문어발식 확장이었다. 미래가 보이는 사업이면 업종에 관계 없이 투자했고 영화제작사 화이브라더스, 주얼리 브랜드 커란보석 등 기업도 대상에 포함됐다.
2013년 이후 텐센트의 투자 모델이 확실하게 자리잡기 시작하자 투자 영역은 중국어 입력기 써우거우, 콜택시 서비스기업 디디추싱, 서비스 평가 모바일앱 따중뎬핑, 전자상거래업체 징둥 등 플랫폼기업 중심으로 좁혀졌다.
그 결과 텐센트는 현재 게임, 엔터테인먼트, 전자상거래, 기업대상서비스, 헬스케어, 커뮤니티, 부동산 중개, 핀테크, 빅데이터, 인공지능, 식음료, 물류 등 다양한 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의식주는 물론 문화와 소통 등 모든 생활영역에 텐센트가 침투해 있는 셈이다.
2021년 말 기준으로 텐센트는 1천 개 이상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장사만 1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