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송 위메프 대표이사 사장이 제휴 수수료 포기를 선언했다.
‘10년 연속 영업손실’이라는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보이는 수익에 욕심내지 않겠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위메프를 단순한 쇼핑 앱(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쇼핑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하 사장에게 이번 조치는 미래를 내다본 투자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 위메프 제휴 수수료 ‘제로’, 눈앞의 상당한 수익 포기
10일 위메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위메프가 이날부터 제휴 쇼핑몰로부터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기로 한 것을 계기로 위메프가 그리는 ’쇼핑 플랫폼‘으로의 변화가 점차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메프의 수수료 수익은 오픈마켓(개인이나 소규모 판매기업이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의 판매 수수료와 제휴 쇼핑몰의 제휴 수수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위메프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제휴 쇼핑몰 관련 수수료다.
위메프가 운영하는 쇼핑 앱 ‘위메프-메타쇼핑’에는 현재 여러 주요 쇼핑몰들이 제휴 방식을 통해 입점해 있다.
GS프레시몰과 협력해 진행하는 마트 당일배송사업, 배달의민족과 협업으로 진행하는 배민B마트사업, 롯데마트와 협업해 진행하는 장보기사업 등이다.
위메프는 2021년 12월 가격비교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많은 외부 쇼핑몰과 제휴했다.
위메프-메타쇼핑 앱에서 가격비교 서비스(현재 베타서비스)를 사용하면 인터파크와 롯데온, AK몰, 쿠팡 등 외부 쇼핑몰의 가격 검색 결과가 함께 나온다. 이들 역시 위메프와 제휴하고 있는 쇼핑몰이다.
하 사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사실상 제휴 쇼핑몰의 진입 장벽을 없애버렸다. 수수료를 받지 않을테니 누구든지 원하면 위메프-메타쇼핑에 입점하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이커머스기업들이 제휴 쇼핑몰로부터 2~8%의 수수료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과감한 결단으로 볼 수 있다.
위메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수수료 수익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위메프 감사보고서를 보면 상당한 규모의 수익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메프는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매출 4653억 원, 3853억 원을 냈다. 이 가운데 ‘수수료 및 기타’ 매출로 반영된 금액은 각각 3455억 원, 2732억 원이다.
전체 매출의 70~75%가량을 수수료 매출로 내고 있는 것인데 이 가운데서 오픈마켓 판매자들에게 받는 수수료를 제외한다고 해도 제휴 수수료 수익은 무시하기 힘든 규모로 추정된다.
◆ 위메프는 '쇼핑 플랫폼'으로, 레드오션 떠나 새 승부 펼쳐
▲ 하송 위메프 대표이사 사장은 위메프를 쇼핑 앱이 아닌 쇼핑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워놓고 있다. <위메프> |
하 사장이 상당한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제휴 수수료 제로 정책을 꺼내든 것은 위메프가 경쟁 이커머스기업들과 다른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로 여겨진다.
위메프는 2021년 12월 가격비교나 상품비교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소셜커머스를 넘어 메타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 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10일 위메프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사용자 입장에서 쇼핑 콘텐츠가 풍부해 상품을 구매하는 여정이 편리하고 즐겁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의 모습일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소셜커머스나 이커머스기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쇼핑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서 생존 전략을 찾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커머스시장은 네이버와 쿠팡, SSG닷컴(이베이코리아 포함) 등 3강 구도에 11번가, 인터파크, 롯데온,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여러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레드오션 시장이다. 특히 3강 기업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물류센터 확충 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커머스업계와 시장에서는 위메프가 이런 경쟁구도에 직접 뛰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바라본다.
이런 고민에서 나온 전략이 바로 하 사장이 내세운 ‘쇼핑 플랫폼으로 진화’일 수 있다.
하 사장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이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 사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가격비교나 상품비교와 같은 서비스가 이런 전략을 대표한다.
하 사장은 배송이나 최저가에서만 경쟁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는 각 플랫폼 상품 가격 비교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위메프에서 사지 않아도 되니 위메프를 통해 쇼핑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과거 이런 전략을 놓고 “중장기적으로 쇼핑계의 구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제휴 수수료 제로 정책은 결국 플랫폼 구축에 필수적인 판매자부터 모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낮은 수수료로 판매자 유입을 획기적으로 늘려 상품 구색을 갖추면 소비자 유입도 함께 늘어날 것이고 이를 통해 플랫폼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사장은 이미 지난해 취임 이후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며 판매자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위메프는 2021년 4월 입점 기업들에게 받는 수수료율을 2.9%로 내렸다. 이 수수료율은 매출 연동 수수료 이외에 별도 결제 수수료까지 포함된 것으로 당시 위메프는 이것이 ‘업계 최저 수수료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메프는 오픈마켓 수수료 인하로 어느정도 성과도 봤다. 위메프는 수수료 변경 정책 발표 이후 10일 동안 새롭게 입점한 판매자들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2% 늘었다고 했다.
제휴 수수료 제로 정책이 향후 위메프의 빅데이터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 사장은 위메프의 쇼핑 플랫폼 변신을 제시하면서 “인공지능과 메타데이터를 기반으로 쇼핑 콘텐츠를 강화함으로써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일 것이다”며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어떻게 휴먼+테크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인가’이다”고 말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프가 이번 조치를 통해 제휴 쇼핑몰을 확대하는 데 성공한다면 소비자들이 어떤 경로로 상품을 선택하는지와 관련한 데이터도 대량으로 축적할 수 있다”며 “빅데이터를 통한 수익화 모델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