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대권을 향한 움직임에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공화당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연이은 스캔들에 휘말려 표류하는 동안, 클린턴 전 장관은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다.
|
|
|
▲ 2016년 대선에 출마할 유력한 민주당측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 |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단체 ‘레디 포 힐러리’는 지난 13일 대선 후원자금으로 2013년에 총 4백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에는 ‘레디 포 힐러리’가 후원금 목적으로 판매한 클린턴 지지 문구가 새겨진 모자나 셔츠, 머그컵 등의 판매 수익 35만 달러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실제 후원금의 규모는 더 크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아직 2016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하고 있다. 타임지는 클린턴의 측근을 말을 인용해 “힐러리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고 한동안은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올해 내로 마음을 굳히겠다”고 발언하였으며, 지난해 말 강연에서는 여성 국가 지도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얼굴 도장찍기’에도 열심이다. 마이애미대학, 코네티컷대학 등에서의 강연 일정이 빽빽하게 차 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컬티커는 클린턴 전 장관이 오는 4월에는 캘리포니아 지역을 돌며 각종 학회와 대학교에서 강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장관으로 재임한 시절을 다룬 자서전도 올 여름 출판될 예정이다.
미국 정계의 이목은 클린턴의 다음 행보에 집중되어 있다. 타임은 지난 16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누가 힐러리를 막을 수 있는가?’라는 제목 아래 “클린턴은 국제적으로 유명하고, 정치적 인맥이 풍부하며, 그녀의 남편과 함께 두번, 혼자서 한번 정치 캠페인을 펼치며 대권에 최적화되어 그녀의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삶이 대선 후보로서의 삶과 분리가 불가능할 정도다”라고 평가했다.
공화당에서는 클린턴 대항마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점쳐지던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해 12월 설문조사에서 지지율 48%를 기록하며 클린턴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브리지 게이트’라는 정치 스캔들에서 그의 측근들이 소도시 시장을 상대로 정치 보복을 위해 교통을 마비시킨 정황이 드러나며 지지율이 38%로 추락했다. 그는 현재 허리케인 구호자금을 볼모로 민주당 소속의 또 다른 소도시 시장에게 부동산 개발 계획 승인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다. 만일 양쪽 스캔들 중 한 가지에라도 연루되어 있다고 밝혀질 경우 낙마할 확률이 높다.
크리스티 주지사를 대체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인물은 공화당 측에 많지 않다. 워싱턴포스트의 정치 전문 칼럼니스트 크리스 실리자는 NSA 문제로 오바마 대통령과 첨예하게 대립하며 인지도를 높인 랜드 폴 상원의원, 보수주의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등을 꼽았지만 크리스티 주지사가 가장 유력한 공화당 측 대선 후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권을 노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는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공화당의 정치 명가 부시 집안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출마할 경우 다시 한 번 미국 정계에 클린턴 대 부시 구도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부시는 2007년 플로리다 주지사 임기를 마친 뒤 이렇다 할 정치적 능력을 보였던 적이 없어 큰 호응은 얻지 못할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