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1-12-07 1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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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신선식품 전문 장보기 앱(애플리케이션) 오아시스가 풀필먼트센터 가동을 앞두고 있다.
오아시스의 오픈마켓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데 김영준 오아시스 대표이사가 추진하는 기업공개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오아시스 로고.
7일 오아시스에 따르면 오아시스의 계열사 실크로드가 경기 의왕시에 건설하고 있는 풀필먼트센터(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가 조만간 완공된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현재 의왕 풀필먼트센터 공사는 거의 완료됐다”며 “쿠팡 물류센터 화재사고와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소방관리시설을 점검하는 등 가동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는 늦어도 2021년 1분기 안에는 의왕 풀필먼트센터를 통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왕 풀필먼트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은 올해 2월에 설립된 실크로드다. 오아시스의 최대주주인 지어소프트가 자본금 50억 원으로 설립했다.
지어소프트는 당시 “유통사업부의 사업다각화 전략에 따라 100%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며 “풀필먼트 서비스업과 물류대행업 등 비대면 소비증가에 따른 전자상거래시장 확대에 부응하기 위해 신사업에 진출한다”고 설명했다.
실크로드의 풀필먼트센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오아시스의 사업 확대를 이끌 새 성장동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올해 4월 오픈마켓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기존 직매입 방식으로는 사업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직매입 방식은 상품 품질을 관리하는데 효율적이지만 상품군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힘들다. 신선식품 배송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아시스로서도 사업 확장을 고민했을 수밖에 없다.
오아시스와 신선식품 배송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마켓컬리나 SSG닷컴 등이 모두 오픈마켓 진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오아시스의 변화를 재촉한 요인으로 꼽힌다.
오아시스가 앞으로 실크로드의 풀필먼트센터를 활용하면 오픈마켓 사업에서 경쟁력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오픈마켓 상품의 배송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마켓은 판매자들이 상품을 각자 소비자들에게 알아서 배송을 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당일배송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상품을 풀필먼트센터에 한 데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일배송과 새벽배송(다음날 배송) 등의 배송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루 처리 주문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의왕 풀필먼트센터의 규모는 오아시스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경기 성남 제1물류센터 연면적의 6~10배 큰 규모다.
오아시스에 따르면 성남 1물류센터가 하루에 처리하고 있는 주문물량은 현재 약 2만5천~3만 건 정도다. 실제로는 하루 처리 가능 물량이 7만 건 수준인 것으로 오아시스는 파악하고 있다.
실크로드의 의왕 풀필먼트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오아시스의 하루 처리 가능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영준 오아시스 대표이사에게 실크로드 풀필먼트센터 가동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김 대표는 오아시스의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에 기업공개를 마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e커머스기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때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가 올해 풀필먼트사업 전문회사인 실크로드를 설립하고 오아시스의 오픈마켓 진출을 선언한 것 모두 기업공개를 염두에 둔 행보로 여겨졌다. 쿠팡이 상장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적자를 줄여 기업가치를 극대화했듯이 오아시스는 외형 확대에 힘을 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오아시스의 기대대로 풀필먼트사업이 안착한다면 내년 상반기로 점쳐지는 기업공개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아직 기업공개와 관련해 확정된 일정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영준 대표는 유통과 정보기술(IT) 서비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김 대표는 과거 독일의 진공장비기업 레이볼트의 IT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코닝과 LG실트론 등에 반도체시스템 설계를 자문해주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에서 일하던 친구의 권유로 생활재 유통업에 처음 뛰어들었는데 이후 유기농 유통산업에 관심을 갖고 네트워크를 다져 2009년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을 만들었다.
2011년에는 우리생협 창립멤버들과 함께 유기농 신선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기업 오아시스를 만들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2018년 5월부터는 온라인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아시스는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에 나서자마자 급성장했다. 2018년만 하더라도 매출 1112억 원, 영업이익 2억8천만 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매출 2386억 원, 영업이익 97억 원을 냈다. 2년 만에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34배 넘게 늘었다.
마켓컬리나 쿠팡, SSG닷컴 같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경쟁기업들이 대부분 수 년 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돼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온라인 새벽배송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오아시스의 퀵커머스(주문 1~3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사업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또한 기업공개에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아시스는 7월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종합물류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와 손을 잡고 퀵커머스 종합서비스기업인 ‘브이’를 설립했다.
오아시스가 브이의 지분 50%+1주를, 메쉬코리아가 브이의 지분 나머지 50%-1주를 보유하는 형태의 조인트벤처(JV)다.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서비스와 실시간 퀵커머스를 결합해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브이를 통해 식음료 배송과 장보기 주문 이외에도 의류와 도서, 반려동물 관련 상품 등 신속배송이 가능한 상품군을 최대한 늘리고 서비스 지역을 단기간에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아시스 최대주주인 지어소프트는 11월에 기업소개 자료를 통해 브이를 통한 퀵커머스 서비스를 12월에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다만 “현재 브이의 연내 서비스 시작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다른 퀵커머스 서비스와 차별화를 준비하는 단계이며 퀵커머스 서비스를 향한 규제 행보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