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선 하나투어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자산매각 등을 통해 당분간 버틸 체력을 확보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여행수요 회복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용부담은 그대로 이어지면서 송 사장이 추가로 고강도 비용절감을 추진할 가능성도 나온다.
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과 정부의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정책이 발표된 이후 해외여행상품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천 명 안팎을 보이는 데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까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3일부터 16일까지 해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열흘 동안의 자가격리 의무방침을 발표했다.
유럽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진자가 최근 급증하면서 하나투어가 1년9개월 만에 간신히 재개한 유럽 여행수요 회복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나투어는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1월 초 스페인 일주상품을 비롯해 터키, 스위스 여행상품 등을 내놨다.
트래블버블(여행제한권역) 협약 국가인 사이판과 싱가포르를 대상으로 한 상품도 대거 내놨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트래블버블 협약 국가로의 여행도 잠시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사이판, 싱가포르와 맺은 협약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 트래블버블 시행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서킷 브레이크’ 조항이 담겨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2일 기준으로 오미크론 확진자 2명이 나왔다. 정부는 당분간 싱가포르와 트래블버블 협약을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온 만큼 두 나라 사이에서 트래블버블 협약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해외 입국자 대상 자가격리 의무화로 자가격리가 어려운 고객들이 상품을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단체여행이 이전과 비교해 많이 줄어든 상태이고 여행 예약 자체가 많지 않았지만 여행수요가 재개되는 와중에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여행수요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비용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하나투어는 위드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10월1일자로 모든 직원들이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무급휴직에 들어갔던 직원 약 500명과 재택근무를 하던 700여 명의 직원들도 사무실로 복귀했다.
앞서 하나투어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2020년 4월부터 필수근무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유·무급 휴직을 시행했다.
정부로부터 받았던 고용유지지원금도 올해 10월로 종료되면서 올해 4분기 이후 비용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송 사장이 고강도의 비용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는 하나투어에서 재무와 경영을 맡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는 자산 매각으로 현재와 같은 극한의 영업환경에서도 최대 1년 반을 버틸 수 있는 유동성 체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본격적 여행수요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고강도의 비용조정 필요성이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송 사장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위기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영입된 재무 전문가다.
그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버틸 체력을 쌓기 위한 자구책을 잇따라 추진했다.
올해 6월에는 서울 중구에 있는 티마크호텔명동을 950억 원에 매각했으며 8월에는 본사 사옥을 포함해 4곳의 부동산 보유지분을 1170억 원에 넘기면서 보유 현금이 늘어났다.
이 같은 유동성 확보를 통해 하나투어는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순현금 1112억 원을 확보했다.
올해 3월 하나투어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20년 말 기준 2175명이던 직원 수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1148명까지 줄었다.
아울러 송 사장은 자회사 구조조정과 몸집 줄이기를 통해 비용개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위기가 더 이어지면 이익이 낮은 자회사를 추가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43개에 이르렀던 하나투어 자회사를 32개로 줄인 데 이어 올해 추가로 15개 자회사를 대상으로 규모를 축소하는 슬림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투어팁스, 에이치엔티마케팅, 하나티앤미디어 등을 청산한 데 이어 주요 자회사 가운데 하나인 SM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점과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모두 반납하는 등 고강도 몸집 줄이기를 시행해왔다.
송 사장은 1976년 1월에 태어나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매니징디렉터파트너를 지내다 지난해 3월 하나투어에 합류했다.
송 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금은 영업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을 통해 재탄생할 하나투어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