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2021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노조 눈높이에 맞는 제시안을 내놓기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에선 그동안 임금과 관련해 쌓여있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회사의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이 사장으로선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
22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에 따르면 24일 총파업 예고에도 아직까지 회사와 임단협 교섭에 진전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 관계자는 "회사와 구체적 교섭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회사가 전향된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24일 예정대로 출정식을 진행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대전과 금산 공장에서 총파업에 돌입하면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해외에도 생산거점이 있지만 대전과 금산 공장의 생산규모가 가장 커 이를 전부 해외로 이전해 생산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생산공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금산 공장은 1년에 타이어 최대 24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대전 공장도 1년에 2천만 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두 공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전체 매출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하는 것은 회사가 설립된 지 8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사장으로서는 그의 임기 중에 심각한 노사갈등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사 임단협에서 가장 쟁점은 임금인상이 꼽힌다. 세부적으로 기본급 인상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수정 혹은 폐지, 영업이익에 근거한 성과급 기준 명확화 등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는 △기본급 10.6% 인상(2020년 동결분 소급적용)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폐지(정년을 현재 만57세에서 만60세로 연장 때 임금피크제 수용) △전체 영업이익에 근거한 성과급 기준 마련(전체 영업이익의 10%)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노조에선 그동안 쌓인 임금 관련 불만이 높아 회사가 현실적 임금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금문제를 놓고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 관계자는 “일부 공개된 평균임금은 생산직 노동자뿐 아니라 사무직 등의 임금의 평균으로 높아진 수치일 뿐이고 실제 생산직 노동자들의 기본급 평균은 200만 원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회사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성과금을 지급한 것도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한 점을 보완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돈다”고 덧붙였다.
현재 회사는 기본급 4.2% 인상과 연말 성과급 500만 원, 임금피크제 요율 상향 적용을 노조에 제시하고 나머지 노조 요구사항과 관련해서는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장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대폭 수용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타이어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와 원재료인 천연고무 가격 급등, 해운대란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는데 인건비까지 늘어나면 경영부담이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산 타이어의 반덤핑 관세 부과와 글로벌 해운대란에 따른 물류비 상승이 맞물려 생산부터 판매까지 비용이 늘었다는 점에서 이 사장은 생산 경쟁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상무부는 6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반덤핑 관세율 27.1% 부과를 결정했다. 이는 금호타이어(21.7%), 넥센타이어(14.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해운대란으로 올해 6월부터 7월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9일 동안 대전과 금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타이어 주원자재인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원가 부담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평균가격은 1톤에 각각 1659달러와 2037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3분기보다 천연고무 평균가격은 29.40%, 합성고무 평균가격은 80.10% 올랐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한국 공장 매출은 2020년 3분기보다 7.6% 하락했고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며 “앞으로도 한국 공장의 수익성 회복은 지속적 과제다”라고 말했다.
더구나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기준 확립은 이 사장의 결정권한을 넘어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과거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성과급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그룹 오너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준을 다시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성과급 기준은 개별 회사가 아닌 그룹 차원의 검토사안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 임단협 교섭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 조건 등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