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에 성공해 사업 다각화를 위한 자금 동원력에 힘을 더 얻을 수 있을까?
호반그룹은 최근 첫 그룹광고를 내놓으면서 건설을 넘어 제조, 레저, 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 확장을 더욱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김 회장이 올해 인수한 대한전선도 해저케이블, 광케이블 등 신사업 투자에 힘을 싣고 미국 현지 생산법인 설립도 검토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일 투자금융(IB)업계 안팎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인수전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오후 2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 최종 낙찰자를 발표한다.
호반건설은 우리금융지주 본입찰에 참여한 9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최근 건설업계와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금융권의 협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호반건설의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전 참여도 단편적 배당수익을 바라본다기보다는 사업전략적 측면의 행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 회장은 적극적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로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발을 넓혔다.
호반그룹은 여전히 건설업 계열사인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주택사업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분야지만 부동산정책과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그룹이 새로운 영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적 안정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호반건설 등은 해외사업도 거의 없고 오로지 국내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로 매출의 불안정성이 클 수밖에 없다.
호반건설은 실제 2020년 코로나19로 대규모 주택현장 착공이 지연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각각 61%, 97.5% 급감했다.
김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에 성공해 금융권과 손을 잡아두면 앞으로 건설 이외의 사업부문에서 외형을 키우고 신사업분야를 발굴, 투자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1989년 호반건설을 세운 뒤 공공택지를 낙찰받아 주택을 짓는 사업에 주력해 회사를 빠른 속도로 키워냈다.
호반건설은 2021년도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3위로 대형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호반그룹은 재계순위 44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2019년 호반그룹 창립 30주년을 맞으면서 "소비자의 생활과 공간 관련 분야에서 더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놓고 건설 밖의 다른 분야로 사업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김 회장은 2019년 1월 경기도 이천의 덕평컨트리클럽, 같은 해 2월 경기 파주의 서서울컨트리클럽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레저분야로 사업을 넓혀갔다.
2019년 8월에는 계열사 호반프라퍼티를 통해 농산물 유통업체 대아청과를 인수했다.
올해 3월에는 대한전선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해 전력인프라를 비롯해 해저케이블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호반그룹은 2019년 2월 액셀러레이터법인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세워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를 통한 신사업 개척에도 나섰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기획부문 대표 사장은 플랜에이치벤처스의 투자사업을 이끌면서 모듈형 건축자재, 도심형 스마트팜, 안면인식 바탕의 보안솔루션, 프롭테크 등 다양한 분야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최근 ‘호반과 함께 가는 미래, 지금까지와 다른 미래가 기다립니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TV광고를 내놓고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확장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2018년부터 호반건설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주택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개편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호반건설은 코로나19 등 상황으로 기업공개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1961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났다.
조선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중소건설사에서 일하다 28살의 젊은 나이에 호반을 세웠다.
김 회장은 공공택지지구를 사들여 주택을 짓는 사업으로 호반을 창업 25년 만에 중견그룹으로 일궜다. 김 회장은 2021년 호반건설 사내이사에서는 물러나 그룹의 인수합병과 신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인수전과 관련해 비금융회사의 최대 가능 규모인 4%로 일찌감치 인수의향서를 제시하면서 적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최승남 호반그룹 수석부회장이 오랫동안 우리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우리은행 부행장,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해 인적 네트워크부문에서 탄탄한 연결고리가 있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