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철강 수출길 확대에 기대를 품게 됐다.
미국 정부가 유럽에 이어 일본과도 철강제품과 관련해 관세 완화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산 철강과 관련해서도 수출물량을 늘려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
17일 국내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한국 방문으로 미국이 '철강 쿼터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15일 일본에 방문했을 때 미국이 일본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부과하고 있는 추가관세와 관련해 재논의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앞으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조만간 철강제품 관세문제를 논의하면서 미국이 일본 철강제품의 추가관세와 관련해 일부를 면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몬도 상무장관이 18일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과는 관세문제 대신 철강 쿼터제 완화와 관련한 논의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철강업계에서 나온다.
앞서 미국은 2018년 3월 당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수입 증가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이때 한국은 25% 추가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량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 이내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이면서 미국 수출량이 감소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미국으로 383만 톤 규모의 철강을 수출했지만 쿼터제 발동 이후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량은 연 263만 톤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으로 국내 철강업계로서는 미국 수출길이 넓어지면 안정적 시장 수요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쿼터제 완화가 중요하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2019년 기준으로 2710만 톤 규모의 철강을 수입해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러몬도 상무장관 한국 방문을 계기로 쿼터제 완화가 이뤄지면 미국 수출물량을 늘리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실적 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이미 미국 정부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내 철강 및 알루미늄의 미국 수출량 제한조치와 관련해 물량 확대나 신축적 운영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경제대립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한국산 철강제품의 쿼터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은 유럽연합(EU)와 10월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과 관련해 추가 관세를 철회하는데 합의했다.
세부적으로 유럽연합은 한 해 철강 330만 톤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만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유럽뿐 아니라 일본까지 경제동맹체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한국 철강제품의 쿼터도 확대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더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앞으로 철강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한국 철강제품의 쿼터제 완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1조 달러(1179조5천억 원)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철강수요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제조업의 생산량 증대에 따라 철강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인프라 확대에 따라 추가적으로 철강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우선 사용할 것이라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지만 추가적 철강 수출길이 열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철강관세를 철폐할 때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후속 대응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가장 큰 철강수출시장인 만큼 이번 미국 상무부 장관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쿼터제 완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