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원 전 지사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원 전 지사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보다 앞서는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원 전 지사는 예비경선 때만 하더라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대를 보이며 2차 컷오프를 통과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여야 대선후보 4자대결에서 원 전 지사가 유 전 의원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원 전 지사는 가까스로 본경선 버스에 올라탔고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원 전 지사가 유 전 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리아리서치가 MBC의뢰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원 전 지사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됐을 때 4자대결에서 이재명 37.2%, 원희룡 25.4%, 심상정 5.7%, 안철수 8.5%로 나타났다.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일 때는 이재명 36.3%, 유승민 19.2%, 심상정 7.1%, 안철수 11.5%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원 전 지사나 유 전 의원이 당원투표에서 의미있는 득표를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승부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여론조사 항목이 사실상 4지선다형으로 결정된 점을 고려하면 원 전 지사가 유 전 의원을 앞설 수도 있는 셈이다.
원 전 지사가 경선에서 3위 자리에 오른다면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화려하게 중앙정치 무대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다음 정부의 요직에 기용될 수 있다. 2023년 당대표에 도전하고 2024년 총선에서 정치적 체급을 더욱 높여 2027년 대선을 준비할 수도 있다. 원 전 지사는 1964년 태어나 올해 58세다. 2027년 대선에 도전한다고 해도 63세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패배하더라도 원 전 지사는 이번 경선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당지도부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면 전당대회에서 '원 전 지사 역할론'이 나올 수도 있다.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윤 전 총장이나 대선 재수에 실패한 홍 의원이 전면에 나서 당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고 유 전 의원도 이번 경선을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원 전 지사는 2000년대 초 '남정원(남경필, 정병국, 원희룡)'으로 불리며 보수정당의 소장개혁파를 상징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면서 보수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재선 제주도지사로 지내는 동안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사실상 잊혀진 이름이 됐는데 이번 경선을 발판삼아 화려하게 복귀하는 셈이다.
원 전 지사가 인지도와 존재감을 높일 데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각을 세운다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전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유튜브에서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리는 것을 넘어 이재명 후보를 잡는 '1타 공격수'가 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25일에는 이재명 후보를 대장동 개발 관련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부인 강윤형씨를 둘러싼 논란도 원 전 지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줬다.
최근 강씨가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소시오패스 경향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런 와중에 원 전 지사는 지난 23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아내를 두둔하면서 이재명캠프 대변인 출신 현근택 변호사와 고성을 주고받으며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원 전 지사가) 강한 이미지를 한 방에 보여줘 (보수 지지자들에게) 점수를 얻었다"며 "모범생이고 순한 이미지에서 터프가이 이미지를 주고 권리당원 표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 전 지사는 이 과정에서 잃은 것도 많다.
이재명 후보를 향한 대장동 공세에 뒷심이 떨어지고 부인 강씨의 의사윤리 위반 논란과 본인의 '분노 조절 장애' 논란을 낳았다. 그동안 쌓아온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크게 퇴색한 것이다. 중도층에는 최근 '원희룡이 변했다'는 말이 많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있어서는 안 될 부부의 세계이며 참으로 보기 흉한 부창부수"라며 "원 전 지사 부부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 정치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저버렸으며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