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이 날개를 달았다. 오비맥주의 주인이 AB인베브로 바뀌면서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아시아·태평양시장 확대의 거점으로 밝힌 만큼 장 사장 역시 오비맥주를 국내시장 ‘1인자’에서 독보적 ‘1인자’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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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
AB인베브는 오비맥주의 최대주주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와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로부터 오비맥주를 58억달러(약 6조1680억원)에 재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20일 밝혔다.
5년 여 만에 오비맥주의 주인자리를 되찾은 AB인베브는 이번 인수를 통해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한국시장 점유율 확대를 책임질 장인수 사장이 서 있다.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재인수하면서 현재 오비맥주의 대표이사인 장 사장을 연임시키기로 했다. 매각이 성사되면 통상적으로 사장 등 경영진이 교체되는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AB인베브가 장 사장을 인정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주류시장의 특성을 잘 아는 그의 경영능력 때문이다.
장 사장이 취임하던 2010년 오비맥주는 시장점유율 46.3%를 차지하며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53.7%)에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장 사장이 취임한 다음해인 2011년 오비맥주는 시장점유율을 51.8%로 끌어올리며 국내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에는 시장점유율이 57.7%를 기록하며 하이트(42.3%)와의 격차를 15% 이상 벌렸다.
오비맥주가 이런 대반전을 이뤄낸 데에는 장 사장의 역할이 컸다. 특히 장 사장이 30여년간 주류업계에 몸담으며 만들어온 주류도매상들과의 관계가 오비맥주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주류 유통은 전국 1200개 종합주류도매상이 전국적으로 60만개가 넘는 주류소매면허업자들을 대상으로 술을 공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수 물량의 거의 전량이 도매상을 거쳐 판매된다. 대형마트에 들어가는 물량조차도 직접 납품이 아니라 주류도매상을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주류도매상들과의 관계는 매출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장 사장은 바로 이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진로의 영업담당 임원을 거쳐 하이트주조와 하이트 주정의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30년간 주류업계 영업현장을 누비며 자연스럽게 주류도매상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다져왔다. 실제로 장 사장이 오비맥주 사장 자리에 오른 후 처음으로 주류도매상 초청회를 열었을 때, 초청회에 참석한 도매상들이 “오비맥주 때문이 아니라 장인수 이름보고 왔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AB인베브는 이런 장 사장의 경영능력에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올해 국내시장에서 더 큰 도약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장 사장 역시 대주주의 신임에 걸맞은 경영실적을 내기 위해 그 어떤 때보다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