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퍼부을 '대장동 십자포화'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는 시선이 나온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일 오후 경기 화성시에서 열린 미래형 스마트벨트 1차 전략발표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지사의 국감 출석을 두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정감사는 의원들이 주도권을 쥐기에 피감기관장은 하루 종일 두들겨 맞는 곳이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이 지사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 뻔하다.
앞서 이 지사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캠프사무실에서 화상 브리핑을 열어 "(이 지사가) 국정감사에 정상적으로, 예정된 계획대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 지사는 국감장에 나서지 않아도 정치적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 경선은 이 지사가 과반 득표를 거둠으로써 오는 10일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는 여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경기도지사에서 물러나는 것도 명분이 그렇게 약하지 않다.
그런데 이 지사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0일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대상 국정감사에 경기도지사로서 출석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지사를 정무위원회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는 무리한 요구라고 선을 그었다.
국감 출석은 그동안 해왔던 기자회견이나 민주당 예비후보 토론회 등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날선 공격을 하루 종일 집중적으로 받아야 한다. 제보 등을 통해 새로운 의혹을 제시할 수 있다. 거듭된 질의 답변 과정에서 '말실수'를 한다면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이런 사정 탓에 캠프 안에서는 경기도지사에서 물러나고 국감장에 나서지 않는 '안전한 길'을 권유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 지사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을 두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외려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국민의힘이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이 지사가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 의혹이 더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대장동 개발사업을 오래 동안 지켜봤기에 내용을 스스로 제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한 듯하다.
특히 이 지사는 이번 국감장을 대장동 의혹이 '국민의힘게이트'라는 역공을 펼칠 유력한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 종일 TV중계가 이뤄지고 국민적 관심도 집중된다. 공방에서 이긴다면 기존 지지층을 굳힐 뿐 아니라 최소한 중도층이 국민의힘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의도대로 전개되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새로운 의혹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 지사의 실수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사는 답변을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원들 질의에 끌러다닐 수 있다.
이 지사는 토론회에서 말실수를 한 적이 있다. 지난 7월 민주당 경선 TV토론회에서 여배우와의 스캔들과 관련한 질문에 '바지 발언'을 내놔 곤혹을 치뤘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이 지사의 국감 출석은 일종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정한 위험 부담을 안고서 정면승부를 펼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6일 동영상이 공개된 열린우리당 특별대담에서 "천천히 세게 맞아서 죽으나 정면으로 한판 붙어서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거라면 죽는 것"이라며 "이래야 살 길이 열린다. 정면돌파, 정면승부하자"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